산업계의 물류대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내 IT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물류마비 사태가 진정은커녕 갈수록 악화될 조짐이어서 업계의 수출 차질은 물론 이번 주말을 고비로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 속출하고 핵심 원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국내업계의 해외 공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산자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부산·광양지역 화물연대 집단행동으로 오전 8시 30분 현재 약 4억5000만달러의 운송 및 선적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13일부터 수도권 대기업들이 이용하는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가 파업에 가세, 물류대란의 수위가 전국 규모로 확대돼 전자·화학업종 등이 심각한 수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종의 경우 부산항·광양항 운송노조 파업으로 인해 수출물량 운송의 일부를 철도로 전환, 30% 정도만 정상적으로 처리할 뿐 나머지는 공장내에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32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LG전자가 220TEU, 대우일렉트로닉스가 180TEU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GE코리아 충주 플라스틱공장이 조업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오리온전기 등 디스플레이업체들이 부품조달로 어려움을 겪는 등 국내공장의 생산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또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원자재 재고가 바닥날 지경에 이르러 주말을 고비로 조업단축이나 중단이 불가피, 부품·완제품업체들의 생산에 대대적인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특히 필리핀에 공장을 둔 라딕스의 경우 핵심부품이 공급되지 못해 가동에도 차질을 빚는 등 해외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정부와 업계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이라크전, 사스 등으로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국내외 공장의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약화와 이미지 악화로 이어져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김순철 산자부 수출과장은 “화물연대 파업사태가 얼마나 빨리 해결될 것인지가 관건이겠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적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상근 전자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이번 화물연대 사태는 중국·동남아시아에 현지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의 원자재 및 완성제품 수급에 영향을 미쳐 매출은 물론 수출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