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11)성동구 `홈리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의 한적한 소공원에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해 정보를 뒤적이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느 자리 같았으면 무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PDA는 일상화됐지만, 그 사람들이 증권투자자도, 무선인터넷족도 아닌 노숙자(홈리스:homeless)들이란 데 관심이 끌렸다. 한쪽은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복지사였고, 다른 쪽은 그곳 24시간 게스트하우스에 거주하는 홈리스였다. 상담사는 홈리스의 건강상태, 취업 희망직종, 취미, 생활상태, 고민거리 등을 꼼꼼히 PDA에 입력해나갔다. 입력된 정보는 사랑의전화정보센터(http://www.thelink.co.kr)로 취합돼 홈리스DB로 활용된다.

 

 ◇홈리스 상담에 활용되는 PDA=홈리스들은 그야말로 복지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가 분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길이 닿아야 할지조차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못하다.

 그런 사람들을 다시 사회로 이끌어오기 위한 도구로 무선혁명의 대명사 PDA가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가 책을 대신하고 인터넷이 놀이기구로 발전하면서 사회복지 상담업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예전같으면 상담사가 홈리스를 만나 나눈 상담기록이 모두 종이문서화돼 정리됐지만 지금은 PDA가 대신하고 있다. 자연히 상담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홈리스 정보의 활용성과 상담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최영일 사랑의전화복지재단 복지사는 “상담대상자의 건강상태, 주거상황, 일자리 정보에서부터 심리적 치료내용까지 방대한 기록이 모두 디지털화됨으로써 상담효율이 아주 높다”며 달라진 업무환경을 설명했다.

 그는 “홈리스들과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해당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취합되고, 가장 적절한 대책이 제시됨으로써 빠른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 상담업무 디지털화의 요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취약한 홈리스 정보화=홈리스들의 가장 큰 요구를 꼽으라면 첫째가 일자리이고, 둘째가 건강문제다. 홈리스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보화를 거론하는 것은 자칫 ‘불요불급’한 과제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장안평의 24시간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한 13일, 게스트하우스내 컴퓨터교육실은 그저 쓸모없는 창고처럼 내팽개쳐져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홈리스들의 자체적인 컴퓨터·인터넷 활용의지가 빈약해서지만 고철덩어리와 같은 구식 컴퓨터로 컴퓨터 활용의지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스트하우스에 입소한 지 3년째를 맞고 있는 김모씨(60)는 홈리스로 전락하기 직전까지 전자관련 사업을 하면서 인터넷 열풍을 초기나마 직접 경험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사회와 단절됐을 뿐더러 컴퓨터·인터넷과도 완전히 차단돼있다시피 하다.

 김씨는 “사실 홈리스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취업·건강이라고는 하지만, 인터넷에 들어가면 취업자리 검색도, 건강상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회가 우리를 완전한 낙오자가 아니라 한번의 실패자로 받아들여 컴퓨터 지원 등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행한 것은 최근 게스트하우스 소관 지자체인 성동구청측이 행정용PC를 교체하면서 PC 18대 가량을 게스트하우스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홈리스들의 큰 관심속에 진행되는 도장·목공·조적과 같은 직업안정 프로그램과 같이 앞으로 게스트하우스내 컴퓨터 교실도 활기가 넘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보복지가 최종의 복지=사랑의전화복지재단은 인터넷과 PDA 등 정보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홈리스 문제 해결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통합정보센터와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그야말로 온·오프라인 결합형 사회복지모델을 실천하는 것이다.

사랑의전화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는 홈리스들이 가장 시급히 요구하는 일자리 정보와 관련, 정부 취업알선센터 등의 링크서비스 뿐만 아니라 10여개 카테고리에 수천건의 일자리정보를 제공한다. 열린 정보사회의 최고 가치는 정보화의 혜택이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홈리스들이 현재의 처지 이전까지 지금의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사회로 이끌어오는 데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은 사회와 구성원들이 나서서 이들 홈리스에게 정보화의 혜택을 나누주고 사회의 온기를 불어넣을 차례를 맞은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24시간 게스트하우스는>

 서울시 성동구 중랑하수처리사업소내에 위치한 24시간 게스트하우스는 사랑의전화복지재단이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홈리스 거주시설이다. 지난 98년 동작구 대방동에서 개소, 99년 지금의 위치로 옮겼으며 현재 147명의 홈리스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관장을 포함해 10명의 상근직원들이 복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체 직업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홈리스들에게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초적인 의료서비스와 심리·정서 개선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거주중인 홈리스 중에는 40대가 전체의 40% 비중으로 가장 많으며, 30대와 50대도 각각 30%와 18%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입소에 특별한 규제사항은 없으며 수용정원인 200명까지는 50여명의 여유가 남은 상황이다. 문의 (02)2215-9251∼3

<인터뷰-지경수 24시간 게스트하우스 관장>

 한쪽 벽에 걸린 ‘한명의 친구가 있을 때 살기는 훨씬 쉬워집니다’라는 글귀가 유난히 눈에 띄는 24시간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지경수 게스트하우스 관장(54)은 얼굴 가득 선한 웃음을 띠고 홈리스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있었다.

 “사랑과 관심 결핍증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온갖 편견이 다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도 분명히 사회라는 거대가족의 식구들입니다. 가족간에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누구도 이들의 문제를 치유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난 3월 관장으로 부임해 2개월째 게스트하우스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지 관장은 함께 생활하는 홈리스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주는 것을 최대의 사명이자 목표로 삼고 있다.

 “대부분 일자리를 갖고, 수입도 있지만 저축이 안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만큼 자기 자신들에게 절망해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생활자의 보람을 느끼며 목표를 향해 정해진 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그래야 온전한 사회로의 복귀도 기약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지 관장은 현재 진행하는 건설직 직업훈련 이외에 조만간 컴퓨터 교실도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은 컴퓨터가 낡고 마땅한 컴퓨터 지도강사도 없어서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곧 성동구청에서 컴퓨터를 들여오는대로 컴퓨터 교실을 마련할 것입니다. 아주 기초적인 것이라도 이들이 사회로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길이라는 소신을 갖고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조폐공사에 22년 동안 근무하면서 최근 10년간 사회봉사활동에 매진해온 지 관장은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뒤늦게 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를 전공할 정도로 열성파 복지전문가다.

 그는 지금도 고 심철호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전 회장의 ‘친구론’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형태로 재해석해 가슴에 담고 있다.

 “친구를 한명 얻는 것도 좋은 것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어렵고 힘들 때 상대방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