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냅스터’ 사건으로 불리며 2년여간 법정공방을 끌어온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P2P)인 ‘소리바다’가 유무죄 판결없이 기각됐다. 이는 그간 음반제작사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는 15일 저작권법위반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소리바다’ 운영자 양정환·일환 형제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 공소에는 회원들이 소리바다 서버에 접속, 음악파일을 전송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줌으로써 저작인접권 침해를 도와줬다고 돼 있을 뿐 어떻게 침해했는지에 관한 기재가 없고 막연히 이를 방조했다고만 돼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검찰이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뜻을 밝힌 데다 양씨 형제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원희 변호사는 “서버 관리자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면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유무죄 판단이 없어 아쉽다”고 말해 ‘소리바다’ 사건이 원점에 놓여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형식적인 요건 미비로 기각된 것이지만 법원조차 소리바다 운영진의 잘잘못을 확신하기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원희 변호사도 “‘소리바다’라는 시스템 자체가 회원을 통제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결과적으로 소리바다 운영진도 저작권 침해행위에 관여하거나 방조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검찰이 항소하더라도 양씨 형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음반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음반업계는 지난 7월 서버사용중지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이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준비중이었으나 이번 판결로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음반협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조만간 음반업계 관계자들과 모여 대책회의를 열 방침이다.
한편 양씨 형제는 2000년 5월 이용자간 음악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개발, 저작권을 지불하지 않은 MP3파일 교환을 매개한 혐의로 2001년 8월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소리바다는 기존 프로그램을 변형한 형태의 ‘소리바다 2’로 서비스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