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빼미族 야간쇼핑이 즐겁다"

 증권회사 과장인 김동한씨(36)와 군무원인 이현주씨(34) 부부는 주말이면 한주간의 먹거리와 쓸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쇼핑을 다닌다. 주말쇼핑을 즐긴다기보다는 맞벌이인 탓에 주중에는 쇼핑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굳이 주말쇼핑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됐다. 할인점·백화점·집단전자상가 등이 영업시간을 늘리거나 24시간 영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 김씨 부부는 이제 주중에 틈틈이 야간쇼핑을 즐기고 주말시간을 두 자녀와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보낼 계획이다.

 

 ◇24시간 영업 확산=할인점의 종일영업은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영업형태다. 국내의 경우 뉴코아 킴스클럽과 농협 하나로마트 일부 점포만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24시간 영업이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홈플러스는 다음달 2일부터 지역본부별로 1개 점포씩, 영등포·북수원·대구 성서·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를 대상으로 24시간 영업을 시범운영한다. 4개 점포의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나머지 20개 점포와 향후 출점할 점포들에 대해서도 종일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한진 삼성홈플러스 기획팀장은 “좀 더 자유로운 쇼핑을 원하는 고객들에 부응하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단행하기로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LG마트도 신도시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점포에 한해 24시간 연장영업을 검토중이다.

 테크노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집단 전자상가들도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영업시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야간에도 세일과 다양한 볼거리 제공=종일영업을 검토중인 유통업체들은 야간에도 다양한 세일 행사와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홈플러스는 ‘24시간 영업’을 앞두고 야간고객을 위해 신선한 야채와 식음료를 공급할 계획이다.

 주간처럼 야간시간대에 맞춘 타임세일도 진행된다. 지난 4월 폐점시간을 1시간 연장한 신세계 이마트는 오후 9시 이후부터는 50%까지 대폭 할인하는 등 ‘타임서비스’ 품목을 20% 가량 늘렸다.

 다양한 문화공연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전자랜드21의 경우 주말 2시에 심야영화를 상영하면서 올빼미족을 유인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상영관을 따로 마련해 무료상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청소년들에 인기가 높은 세븐·심태윤·애즈원·마야 등 신세대 가수들을 초청해 월 1회 오후 6∼8시에 공연하고 노트북·플레이스테이션·무선랜 체험관 등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시설 차원에서 영화 관람객에게는 3시간 무료주차에 공휴일에는 2시간 무료주차를 추가해 5시간까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나로마트도 매주 금요일 ‘무료영화 상영’을 실시, 가족단위와 연인·친구 등 각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해 올빼미 쇼핑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테크노마트도 영업시간 연장이 이뤄질 경우 야간쇼핑객을 위한 문화이벤트나 반짝세일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전하게 쇼핑하세요=야간쇼핑시대가 본격화되면 소비자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 심야시간에 조명이 어두운 주차장이나 상가 주변지역에서 각종 범죄나 불미스런 사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 홈플러스 관계자는 “24시간 매장의 경우 야간 일부 매장의 직원 배치는 줄이더라도 주차장 및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보안인력을 늘리는 등 고객안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그랜드마트· LG마트 등 대형할인점과 유통전문점들도 영업시간 연장에 따른 다양한 보안대책을 마련중이어서 야간쇼핑문화가 의외로 빠르게 안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