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가 이젠 `황금알`로
금융자동화기기 CD/ATM이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은행들은 CD/ATM 설치를 꺼려했다. 각 지역에 설치된 기기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직원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는 수수료도 낮아 하루 100∼200건 정도의 거래만이 발생하는 경우는 오히려 자동화기기는 적자만 보는 ‘애물단지’였다. 특히 은행들이 설치를 꺼린 또다른 이유는 금융공통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기기를 설치안해도 타행기기를 통해 고객이 별다른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다소 주춤해졌지만 은행들이 꾸준히 CD/ATM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 우선 수수료가 계속 인상되면서 자동화기기를 통한 수익이 점차 개선된 데다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관리비용도 무인경비업체 등 관리를 전담할 아웃소싱 업체들이 늘어났으며 편의점 등은 점주들이 직접 관리를 대행하는 등 소요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결국 전체 수익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자동화기기와 관련해 주변상황이 변화되자 최근에는 CD/ATM 관련 기능과 부가서비스의 다양화, 안정성 등이 각 은행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하고 있어 각 은행들이 기능과 서비스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도입 현황과 기능 및 서비스의 다양화 계획 (<표> 있음)
국민은행이 국내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금융자동화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본지가 국민·농협·우리·조흥·하나·제일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CD/ATM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민은행이 총 9218대를 보유해 가장 많이 설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은 특히 CD기를 6개 은행 중 제일은행을 제외하고는 가장 적게 보유하고 있는 반면 ATM은 7464대로 가장 많아 타 은행에 비해 금융자동화기기 도입에 많은 투자를 기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전체 보유대수가 8934대로 조사대상 은행 중 2위를 차지한 농협은 CD 7301대로 은행사 중 가장 많이 설치된 반면 ATM은 1633대로 5위에 그쳐, 국민은행과 대조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지은 우리은행은 CD/ATM 총 5800대로 CD와 ATM 모두 고르게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흥과 하나은행은 금융자동화기기를 각각 4659대, 3018대 설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일은행은 CD와 ATM을 각각 1000대 이하로 보유하고 있어 6개 은행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기능 고도화 활발=CD/ATM 도입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각 은행사들은 기 설치된 기기 업그레이드와 서비스 다양화 등 주로 기능의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은행은 CD/ATM에서 지문을 이용해 지급·이체·조회거래가 가능한 ‘지문인식 자동화기기 거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현금카드 외에 지문, 휴대폰 등을 이용한 거래가 가능토록 서비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자동화기기의 중국어 안내서비스 제공, 자동화기기에서의 국제카드 현금서비스 실시 등 각종 부가서비스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협은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벗어나 인프라 자체의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농협은 주 5일 근무에 따른 자동화기기 서비스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신기종과 고객접점 채널확대 적용에 유연한 신시스템을 지난해 11월부터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1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개발로 자동화기기 업무 다운사이징·관리시스템·채널 및 대외업무 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게 된다.
제일은행은 오는 6월말 CD와 지로기계가 결합된 GCD의 스캐너를 통해 지로장표를 읽어 고객이 세금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또 올해말에는 휴대폰을 통해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과 결합된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영상 또는 원격관리를 이용한 자동화기기 운영 시스템을 개발해 365코너의 이용현황을 영상으로 감시해 고객이 안전하게 자동화기기를 이용토록 지원하는 한편 운영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한 자동화기기를 원격으로 재가동시키는 방식으로 장애를 복구해 고객만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간 편리성 강화=고도화에는 고객 편의에 맞춰 자동화기기를 외부에 설치하거나 보안 강화를 위해 고객간 거리를 유지케 하는 등 ‘공간’ 개념도 포함된다. 국민은행이 지난해말 선보인 신개념 자동화기기 서비스가 대표적. 국민은행은 고객이 외부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기기를 건물외벽에 설치한 ‘월 타입’과 고객이 편하게 앉아서 사용하는 ‘체어 타입’ 등의 자동화기기를 각각 명동 영업부·강남역지점과 동역삼·사당동·신촌지점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추위에 취약한 월 타입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내부에 설치된 히터가 작동하고 비나 눈이 올 경우에는 방수기능을 갖추고 있다. 농협은 자동화기기의 고객정보유출 방지를 위한 ‘고객보안라인(옐로 라인)’을 설치했다. 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기고객과 거래고객 사이를 1m 가량 유지시키기 위한 대기 라인을 뜻한다. 특히 자동화 기기의 화면을 ‘프라이버시 패드’ 방식으로 채택했으며 옆사람의 거래가 보이지 않도록 옆면 칸막이를 불투명 유리로 설치했다. 또 자동화기기 거래명세표상 계좌번호를 마지막 4자리만 별표(****)로 표시됐으나 마지막 7자리를 모두 별표로 표시하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금감원 "ATM 고객정보 유출 막아라"
올들어 은행권의 CD/ATM 관련 최대 이슈는 ‘보안’이다.
대형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감원이 안전한 금융거래 보장을 위해 은행의 CD/ATM 등 자동화기기의 암호화 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해킹 공격에 의한 정보유출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오는 6월까지 모든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통한 거래정보를 암호화하며 CD/ATM에 대한 인증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CD/ATM에 암호화 모듈을 설치하기 위해 국민·우리·한미은행 등이 사업자 선정에 나섰으며 6월까지 자동화기기에 암호 알고리듬 보안솔루션을 설치할 계획이다.
각 은행들은 이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보안 강화에 나서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예금거래신청서나 지급청구서에 비밀번호 기재를 생략하고 고객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해 비밀번호 유출과 도용을 방지하는 ‘핀패드’를 전 영업점에 설치하고 했다. 또 조흥은행은 ATM이나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자금이체나 돈을 찾을 경우 고객의 휴대폰에 거래내역이 통보되는 ‘M가드’를 시작했다. 조흥은행측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이 승인을 할 경우에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제일은행은 핀패드 시스템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는 6월 30일까지 비밀번호를 직접 변경하는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핀패드 시스템 실시 기념 경품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이벤트는 비밀번호를 직접 바꾸는 고객 180명은 추첨을 통해 총 1억원 상당의 백화점상품권을 지급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ATM 수익성 높이기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각 금융기관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금융기관별로 전자금융 및 자동화기기와 관련해 수익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D/ATM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제1금융권인 은행들은 올들어 수수료 인상에 적극 나선 반면 보험·신용카드·특수은행 등 제2금융권은 CD/ATM 도입을 통해 은행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지난달부터 일제히 송금수수료, 여·수신수수료 등을 인상하거나 신설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CD/ATM으로 송금할 때 적용하는 수수료를 자행환(영업시간 외)의 경우 기존 300원에서 500원으로 200원 올려받기로 했다. 지점간 수수료도 10만원 이하일 경우 기존 600원에서 1000원으로, 100만∼500만원 이하일 경우 15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인터넷과 폰뱅킹 수수료를 최고 66% 올렸으며 신한은행도 10만원 미만 300원, 10만원 초과 500원인 기존 폰뱅킹 이체수수료를 1억원 이하에 한해 일괄적으로 500원씩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제2금융권이 CD/ATM 도입에 나서는 것은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험사들이 가장 앞장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미 3년 전부터 자동화기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전국 본지점에 다기능 ATM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생명이 도입했으며 SK생명·동양생명도 연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전문업체를 통해 ATM을 구축했다. 삼성카드는 웹캐시와 제휴해 자동화기기를 운영하며 LG카드는 한네트와 제휴해 ATM을 설치하고 있다. 이밖에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도 자동화기기를 도입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은행별 CD/ATM 보유 대수(3월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