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찬 사장 비즈아이닷컴
CD/ATM 보급률은 작년 7월말 기준으로 보더라도 국민 1만명당 13.2대 수준으로 이미 미국(11.3대) 및 일본(9.2대)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이 중 72.6%는 은행지점내에 설치된 것이며 지점외에 설치된 것은 겨우 27.4% 불과하다. 또한 우리가 ATM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들이 실상은 대다수가 가장 단순한 형태의 현금출납기(CD)로 진정한 의미의 ATM은 통계치보다 많이 사실상 국내에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독일의 한 조사기관(Allenbacher Institute)이 지난해 4월 행한 소비자 조사에 의하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유용한 혁신품은 바로 ATM’이라고 응답자의 3분의 2가 대답했다고 한다. 독일인들이 ATM기를 은행업무의 새로운 채널로서뿐만 아니라 생활 속의 편의도구로 항상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국내 은행의 ATM기 운용현황을 살펴본다면 무엇보다 설치장소의 제한성, 기능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독일과 같은 금융선진국에서 지금과 같이 단순 출금기능에 머물고 있는 ATM기를 가장 유용한 혁신품이라고 인정할 리는 만무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ATM기는 단순히 창구업무,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한 업무인 현금의 단순 입출금 및 계좌이체 등에 한정된 창구업무 절감의 제한적 의미의 채널구성위주라면, 현재 금융선진국의 경우 말그대로 ATM이 창구직원의 역할을 충분히 할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서비스 제공도 가능한 다재다능한 정보채널로 변화하고 있다.
즉 미래의 ATM기는 향후 국내 은행산업 성장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은행업무 프로세스 혁신(BPI)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금융선진국들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자동화 기기관련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기기 이용업무와 고급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영역과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갈 수 있는 지점 재설계의 영역까지 확대적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단순히 외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하드웨어적 요소의 수용은 빠르게 진척되고 있으나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은 매우 빈약하다. 공과금 수납제도 하나만 예로 들더라도 고객 서비스 차원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비용대비 저수익의 업무영역을 전환시킨다는 관점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금융선진국의 ATM 발전단계를 보면 과거 80∼90년대는 기존의 반복단순업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ATM 자체가 한 명의 은행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자동화를 이룩하고 있으며 향후 최대목표는 지점의 단위면적당 수익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와 인적요소, 내부 환경의 적절한 배치 및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인적 대응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됐던 단순 상담업무까지 자신의 은행거래실적 및 패턴에 따라 적절히 자동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정보 키오스크(KIOSK)의 출현도 새로운 흐름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최근 선진은행의 지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은행의 모습을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와 같이 길게 늘어진 창구와 대기표를 뽑고 있는 모습의 창구는 이미 10여년 전에 사라졌다. 지금은 기존의 창구직원보다 더 빠르면서 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첨단의 ATM기와 적은 수지만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은행원이 대기하고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TM기와 관련해서는 이미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공과금 수납기의 국내 자체개발에서부터 차츰 동전지폐 교환업무, 차세대 키오스크 및 모바일의 활용, 최근 문제시 됐던 카드의 보안성을 보완한 스마트카드나 더 나아가서는 지문인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기기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거나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은행의 수익대 비용차원의 접근이 아닌 향후 은행지점이 어떻게 변화돼야 할 것인가 하는 소명과제를 풀지 못하고서는 영원히 은행의 업무편의성 위주 기기도입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고객의 유인에도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도 독일과 같이 ATM이 생활 속에서의 유용한 혁신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사고전환과 더불어 고객중심적인 프로세스 개선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 향후 국내 은행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