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그간 북핵 문제로 투자를 주저해온 해외투자가들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안심하고 투자해도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던져 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경제구조 개혁의지와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과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도 기대이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6박7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 가운데 월가(街)와 실리콘밸리를 직접 방문하고 미 서부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와 인텔사 방문 등 막바지 ‘세일즈 외교’를 통해 한국이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매력있는 투자처라는 사실을 미국 기업인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돌아왔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투자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도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시장은 활력이 있고,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 고급인력도 많다”며 한국이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또 “한국경제는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으며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해 안보 위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뛰어넘는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특히 귀국에 앞서 노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의 인텔사를 직접 방문, 크레이그 배럿 회장을 만나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설명하고 “인텔사가 한국에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경우 최대한 지원하겠으며 결과적으로 한국과 인텔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100억달러 규모의 대한투자 유치활동을 벌였다.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제리 양 야후 설립자, 제프 클라크 휴렛패커드 부회장, 매기 윌더로터 마이크로소프트 수석부회장 등 세계 굴지의 IT업체 CEO 및 고위간부들이 참석한 미 서부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국가정보 데이터베이스(DB) 연결사업이나 게임·애니메이션 분야의 한·미 IT업체 공동 사업 추진 가능성이 직접 언급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 진출한 IT업체들로부터 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긍정적인 답변도 이끌어냈다.
17일 귀국보고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안보와 경제차원에서 이번 방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방미 일정에 올랐었다”며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한반도 안정과 경제발전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