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정부의 발표대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완전통합될 경우 코스닥시장은 거래소 하위시장으로 인식돼 시장기능의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또 중소 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창업 때부터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했던 많은 중소기업들도 ‘지향점’을 잃는 등 IT와 벤처업계의 동반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스닥 등록기업은 첨단기술관련 기업, 고위험 고성장기업으로 거래소 상장종목과는 기업특성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별도의 시장 형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회사 연혁이 짧고 고성장, 고위험을 지향하는 기업들을 위한 독립되고 차별화된 시장정책 및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증권업협회의 최정일 부장은 “코스닥은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증시로서 시장 통합시 중소 벤처기업 자금조달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코스닥시장은 정부의 이번 시장구조개편안 논의에서 제외하고 독자적인 시장으로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에서도 별도의 독립거래소 형태로 운영해온 미국의 나스닥과 일본의 자스닥은 성공한 기술주 증시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 80년대 증권거래소의 2부시장 형태로 출범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경우는 신흥시장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코스닥은 지난 96년 한국증권업협회 주도로 설립된 이후 단기간에 등록기업수에서 상장기업수를 능가하고 있으며 거래규모에서 급성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공한 신흥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많은 벤처비리로 얼룩지고 지난해 결산에서 코스닥증권시장(코스닥 운영주체)이 16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지만 많은 순기능이 있었던 점도 고려되야 한다는 평가다. 상장이전 단계의 기업들을 제도권으로 묶어내며 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신생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하게 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 등은 간과될 수 없어 보인다.
시장 통합안에 따라 우량 코스닥 기업의 소속 시장 변경 욕구도 커질 전망이다. 신기술 시장에 남겠다고 밝힌 우량 코스닥 대표기업들도 하위 시장으로 전락한 코스닥에 대해 더이상 매력을 갖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송기용 네오위즈 이사는 “코스닥 대표기업이라고 해도 시장 통합후 하위시장에 소속돼 있다면 관심도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시장통합안의 세부 내용에 따라 기업입장에서도 소속시장 변경 등 다양한 대응방법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시장에 비해 적은 비용과 인원으로 시장관리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는 등 저비용 고효율의 시장운영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래소 상장 대비 코스닥 등록회사 수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23.4%로 더 많지만 직원수는 48% 수준이고, 올해 예산도 2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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