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이날을 기다려왔다.”
IMF여파로 인해 퇴출됐던 부산 동남은행 출신 인사들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 89년 의욕적으로 출범한 동남은행은 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98년 6월 29일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 흡수되고 만다.
그후 5년. 당시 눈물을 머금고 뿔뿔이 흩어졌던 사람들이 현재는 CEO로서 금융IT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은행의 운명은 짧았지만 당시 쌓았던 정보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금융선진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들은 주로 전자금융부와 정보시스템실 출신들. 이가운데 전자금융부를 이끌었던 김갑수씨는 현재 인터넷뱅킹 솔루션업체인 신원정보기술의 대표로 있다. 김 사장은 98년 6월 동남은행이 퇴출되고 난후 11월 신원정보기술을 설립, 현재 연간 매출이 140억원 정도에 이르는 알찬 회사로 키워냈다.
당시 정보시스템실 부장이었던 박남대씨는 CD/ATM 및 금융SI업체인 웹케시를 이끌고 있다. 웹케시의 경우 박남대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석창규씨도 동남은행 출신이며 전체 직원 중 20명이 동남은행 출신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 전자금융부 대리였전 장영환 현 KIB네트 사장은 동남은행을 인수한 주택은행에서 잠시 근무하다 웹케시에 합류했으나 2001년 9월 KIB네트를 인수해 독립했다. KIB네트는 현재 연간 매출액 130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김경곤 당시 전자금융부 대리도 2001년 공과금수납업무를 자동화기기를 통해 수납할 수 있는 공과금무인수납시스템 개발업체인 사이버CVS를 설립, 입지를 굳히고 있다.
종합기획부 출신인 손정현씨는 99년 3월 KIS정보통신의 CEO로 영입되어 당시 연매출이 39억원이던 회사를 240억원의 중견회사로 발돋움시키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금융SI업체인 씽크정보기술의 김귀열 사장, 웹케시의 자회사인 웹커뮤니티의 김형일 사장도 동남은행 출신이다.
이처럼 동남은행 출신이 유독 금융IT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 은행이 전자금융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동남은행은 후발은행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시스템의 IT화에 전력을 쏟았다.
당시 김영규 행장을 비롯한 동남은행의 모든 임직원들은 전자금융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창구단말기를 PC로 교체하고 제 2금융권이 금융공동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상계좌시스템을 처음 시도했다. 또 국내 처음으로 교통카드시스템에 스마트카드를 도입,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갑수 신원정보기술 사장은 “비록 퇴출당했지만 동남은행이 금융정보화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고 뛰어난 인력을 배출해 냈다는 점에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