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시장 구도 바뀐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2년 업체별 CDMA 단말기 시장점유율

 퀄컴과 삼성전자·LG전자가 장악해온 CDMA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칩 분야에서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CDMA 시장을 독주해온 퀄컴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끈끈한 협력관계로 유럽형 GSM 시장을 석권, 세계 최강자로 군림해온 휴대폰 제조 메이커 노키아와 반도체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CDMA 시장에 공동 진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여기에 고주파(RF)와 아날로그 기술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행보를 같이하기로 했다. 3사는 이달말부터 한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휴대폰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 공동 개발중인 cdma2000 1x 칩세트는 3분기부터 시제품을 공급하고 내년에는 cdma2000 1x EVDV 칩세트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CDMA 휴대폰 시장은 과점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노키아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진출배경과 협력내용=3사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협력의 이유는 “전체 휴대폰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CDMA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성장을 위해서라도 시장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팔린 4억1700만대의 휴대폰 중 7400만대가 CDMA폰이었다. 또 CDMA 칩세트 시장은 지난해 퀄컴이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체 시장규모는 베이스밴드 기준으로 8400만개에 이르렀다. 인스탯/MDR는 CDMA 칩세트 시장이 2005년까지 1억1000만개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3사는 이 시장을 겨냥해 공동으로 CDMA 핵심칩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노키아는 이를 바탕으로 3분기 cdma2000 1x 단말기를 북미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CDMA칩인 cdma2000 1x EVDV도 공동 개발하는 한편, TI와 ST마이크로는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등 CDMA폰을 만드는 국내외 단말기업체에 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노키아 뭘 노리나=이번 협력에 대해 업계에서는 ‘노키아의 잘 짜여진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GSM를 바탕으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노키아의 비즈니스 목표는 현재 35%인 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리는 것. 노키아는 IR행사에서도 이같은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노키아가 이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바로 북미와 중국의 CDMA 휴대폰 시장이다. 현재 양 지역에서 시장 1위는 모토로라다. 모토로라는 GSM뿐만 아니라 CDMA 솔루션을 병행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 노키아를 누르고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여기에 CDMA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이 지역을 바탕으로 무섭게 뒤쫓아오고 있는 것이 노키아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얼마 전 방한한 TI CDMA칩 담당임원도 “CDMA칩을 개발해 최대 고객인 (노키아와 함께) 북미지역과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3사의 협력은 CDMA 시장이 세계 단말기업체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전망=일단 3사가 CDMA 칩세트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퀄컴의 독주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노키아와 TI가 퀄컴과 CDMA 교차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 칩세트 판매에 별다른 하자가 없기 때문에 퀄컴의 입지는 대폭 좁아질 수밖에 없다. 또 휴대폰 제조업체로서는 시장경쟁이 생기는 만큼 CDMA 칩세트의 공급가격 인하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키아가 세력확장을 위해 개발한 CDMA 칩세트를 모토로라나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들이 써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대해 퀄컴 관계자는 “CDMA 원천기술자이자 칩세트 전문업체로서 가장 빠르게 차세대 로드맵을 내놓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에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측은 “복합적인 관점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득실을 쉽게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경쟁업체의 진입은 오히려 CDMA 시장의 확대로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