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의 다채널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심회되고 있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뉴미디어 채널들이 드라마·오락 등 선호도 높은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다양한 콘텐츠 양산 및 제공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한국언론학회(학회장 김민환)가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문행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조사, 발표한 ‘지상파방송의 뉴미디어 시장지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방송채널사용사업(PP) 등록제 실시 및 위성방송 출범으로 다채널화가 진전될수록 드라마·오락 채널로의 편중현상이 심화되는 동시에 지상파 콘텐츠의 지배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지상파방송3사의 뉴미디어 채널과 OSB드라마, EtN드라마 등이 지상파 드라마를 60∼90% 가량 편성하고 있으며 시네마TV, 씨네포에버, ABO 등 신규 영화채널들도 이미 방영된 드라마를 10% 가까이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교양채널인 히스토리 채널도 국내 드라마를 15.5% 편성하고 있으며 큐채널도 대하사극 등 지상파 프로그램을 적극 구매, 방영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참조
보고서에 의하면 뉴미디어 채널들이 지상파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청률 및 제작 인프라 측면에서 드라마를 신규 제작하는 것보다 기방영된 지상파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케이블 및 독립방송사가 오프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경과해야 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다음날 뉴미디어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재방송 채널화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상파 계열 드라마 채널이 케이블TV의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경영 성과가 호전되면서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01년 PP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낸 MBC드라마넷의 경우 매출액은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OCN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지만 당기순이익은 매출액 대비 31%로 OCN을 앞지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문행 교수는 “외형적으로는 뉴미디어 채널이 늘어나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들이 재탕, 삼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문화부가 추진중인 외주제작 전문채널을 비롯해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콘텐츠 수급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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