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브랜드 대전]외국계 기업

◆시스코시스템즈

 브랜드 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와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2002 세계 100대 브랜드’라는 보고서에서 시스코시스템즈(대표 김윤)의 브랜드 가치를 162억달러로 평가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따온 ‘시스코(Cisco)’를 식품유통회사인 ‘시스코(Sysco)’와 혼동하고는 했다. 하지만 현재 시스코(Cisco)라는 브랜드는 인터넷 네트워킹의 리더로 인지될 정도로 시스코의 브랜드 전략은 성공적이다.

 시스코는 전세계 75개국, 225여개의 사무소에 흩어져 있는 지사 및 본사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내부 웹사이트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본사의 비전, 기술동향, 메시지, 전략 등에 관한 자료가 올라와 있어 직원들이 언제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시스코 브랜드에 관련된 연구보고서를 분기별, 연도별로 등록해놓아 담당자들이 마케팅 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같은 내부적인 노력 외에도 다양한 대외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크게 조직적인 차원과 개인적인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조직적인 차원으로는 CPN, 개인적인 차원으로는 CCIE, CCNP 등을 들 수 있다.

 CPN(Cisco Powered Network)은 시스코 장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그룹과 시스코간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시스코는 이에 속한 회원업체들이 시스코의 브랜드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의 CCIE(Cisco Certified Internetwork Expert), CCNP(Cisco Certified Networking Professional)는 교육 및 인증에 관한 것으로 해당 인증을 받은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된 로고나 식별번호를 자신의 명함이나 개인자료에 게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레 시스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시스코코리아가 매년 2억∼3억원을 이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에 투자해 100여개에 이르는 교육기관을 지원함으로써 한국 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시스코의 브랜드 가치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인정해주고 있다”며 “이같은 기업 이미지를 국내시장에 그대로 전파해 비즈니스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제품의 브랜드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지난 95년 미국 통신사업자 AT&T가 3개사로 분할되면서 새롭게 태어난 루슨트테크놀로지스(대표 양춘경)는 이후 특유의 붉은 색 ‘이노베이션 링’ 로고를 앞세워 전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선두권을 지켜오고 있다.

 ‘빛처럼 선명한’ ‘매우 명료한’이라는 뜻의 ‘루슨트’와 ‘혁신적인 기술’의 의미를 지닌 ‘테크놀로지스’를 결합한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붓으로 그린듯한 붉은 원, 즉 이노베이션 링 로고에 무한한 기술혁신 가능성을 담았다.

 이같은 로고와 함께 루슨트의 또다른 기업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동반자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루슨트는 주요 고객인 통신사업자들이 자사를 믿고 따를 수 있는 동반자로 인식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브랜드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이를 위해 루슨트는 광고, 마케팅 자료, 전시 자료, 고객용 책자에 이르기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문건을 브랜드 관리 매뉴얼에 입각해 디자인하고 제작·배포함으로써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브랜드와 통합하여 일관성있게 대외로 발표했다.

 루슨트는 이처럼 브랜드 가치에 대한 높은 인식과 철저한 브랜드 관리 전략에 힘입어 AT&T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단기간에 새로운 브랜드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루슨트는 최근들어서는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고객의 통신망을 설계하고 구축·유지·보수 등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통합회사’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펼쳐나가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뉴브랜딩 전략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따라 루슨트는 한국에서도 ‘한국 통신사업자가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아는 동반자’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루슨트는 국내 통신사업자와 함께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기업광고를 지난 96년 이후 수년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 통신산업의 성공신화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도 계속 한국 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한국루슨트는 전세계 통신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토착기업으로서 열과 성의를 다하는 기업임을 강조하는 브랜드 전략 아래 국내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노텔네트웍스

 캐나다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대표 정수진)는 ‘노텔네트웍스’라는 단일 브랜드 전략를 채택하고 있다. 노텔네트웍스라는 마스터 브랜드 아래에 사업부와 제품명 등을 놓고 다른 어떤 요소도 마스터 브랜드보다 상위에 위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마스터 브랜드인 노텔네트웍스의 역사는 지난 1985년 회사의 전신인 노던일렉트릭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이 선보인 브랜드 ‘노텔(Nortel)’에서 시작됐다. 이후 1998년, 베이네트웍스를 합병한 노텔(당시 노던텔레콤)은 기존 통신 분야에서 보여온 강점과 함께 패킷 및 IP 최적화 네트워크에 중점을 둔다는 전략을 반영한 ‘노텔네트웍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99년에는 회사 이름도 노던텔레콤에서 노텔네트웍스로 변경하고 이를 회사명인 동시에 브랜드명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노텔은 이같은 노텔네트웍스라는 단일 브랜드 아래 유선·무선·광·엔터프라이즈 등 4개 사업부에 각각의 마케팅 조직을 두고 독자 활동을 하게 하는 한편 별도의 기업마케팅 부서를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조정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노텔의 브랜드 전략은 고객, 직원, 품질, 혁신, 책임감, 청렴성 등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인포스트럭처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전은 브랜드 마케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노텔은 ‘마켓포스’라는 공동 마케팅 및 비즈니스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고객의 새로운 시장 개척, 매출 증대, 고객관계 강화, 인지도 및 브랜드 자산 증대 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고객 및 파트너사를 위한 정기 소식지를 발행함으로써 노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전세계 직원에 대해 매주 인터넷을 통한 업데이트와 격주로 사내 주요 이슈에 관한 메일을 보내 직원들이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고 최신 정보를 고객 및 파트너사에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한국 지사도 이같은 단일 브랜드 전략에 따라 한국내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노텔코리아는 정기적인 고객 세미나, 각종 전시회 및 업계 세미나 참가, 넷매니아즈와 같은 네트워크 관계자 커뮤티니 지원 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 파워 강화에 힘쓰고 있다.

 

◆어바이어

 지난 2000년 10월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서 분사한 어바이어(대표 디네시 말카니)는 출범 이후 2년여만에 신생 IT업체로서 브랜드 알리기에 성공할 정도로 모범적인 브랜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어바이어는 글로벌 차원에서 회사와 기술력을 알리기 위한 주요 브랜드 전략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선택했다.

 어바이어는 지난 2001년 전세계 주요 IT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FIFA의 ‘월드컵 공식 음성 데이터 통합 커뮤니케이션 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 지난해 열린 ‘2002 한일월드컵’을 비롯, ‘2003년 중국 여자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어바이어는 지난 한일월드컵 후원 활동에서 경기중계방송을 통해 어바이어의 로고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행사를 성공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어바이어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점을 십분 활용, 활발한 월드컵 마케팅을 벌였다. 한일 월드컵 우승팀에게 수여되는 우승트로피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IT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어바이어컵 IT인 축구대회’도 개최했다. 또한 월드컵 개막에 맞춰 전국 5개 지역의 낙도 초등학생 및 교사 25명으로 구성된 ‘IT 월드컵 체험단’ 행사를 마련, 정보화 소외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생생한 IT 월드컵 체험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월드컵 개최일정에 맞춰 공항 내부에 월드컵 관련 기업광고를 펼치고 공항을 오가는 버스차량에 월드컵 파트너사 광고를 했으며 한일 월드컵에 공급된 제품을 중심으로 월드컵 제품 광고 캠페인을 전개, 제품의 신뢰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높여나갔다.

 어바이어는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특히 한국에서 어바이어의 브랜드 인지도 및 이미지가 상당히 향상되었으며 이에 따라 국내 비즈니스 활동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바이어가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내 어바이어의 브랜드 인지도는 개최 전과 비교해서 약 2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월드컵을 통해 향상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지사인 어바이어코리아는 보다 충실한 현지화 전략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어바이어코리아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와 프로모션을 수시로 개최하고 어바이어 제품과 솔루션의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