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커스(networkers)를 양성하라.’
국내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통신네트워크장비업체에는 매출증대를 통한 이윤확대 말고도 중요한 과제가 있다. 네트워크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 ‘통신강국 코리아’에 걸맞은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그것.
다국적업체들의 한국지사는 본사가 갖고 있는 풍부한 기술력 및 교육자원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물론 자사 장비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어린 시선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백본 네트워크 분야에서 절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산업계에 있어 이들 다국적기업의 IT교육사업은 최신 선진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네트워크업계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다국적업체들의 교육사업은 대학, IT전문교육기관과의 제휴를 통한 교육지원과 온라인 교육서비스를 비롯해 장학생 선발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시스코=교육기관을 통한 교육사업으로는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대표 김윤)가 대표적이다. 시스코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개에 이르는 대학에 ‘시스코네트워크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개설해 자칫 이론에 치우치기 쉬운 대학교육에 실습 위주의 IT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어바이어=어바이어코리아(대표 디네쉬 말카니)는 ‘어바이어러닝센터’라는 교육 포털사이트를 통해 네트워크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본사 차원에서 액센츄어컨설팅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어바이어유니버시티’라는 교육프로그램에 기반한 것으로 교육희망자는 이 포털사이트에 등록한 후 온오프라인 수업 및 어바이어 인증 테스트 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패스트트랙’이라는 과정을 운영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패스트트랙은 정규 교육과정과 똑같은 내용을 단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CRM 분야에 대한 패스트트랙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어바이어는 다음달 중순께에는 IP텔레포니를 주제로 패스트트랙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루슨트=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대표 양춘경)는 장학생 선발을 통해 국내 이공계 인재양성에 힘쓰는 케이스. 한국루슨트는 매년 본사 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과학장학생(Global Science Scholars)’프로그램에 따라 장학생을 선발, 5000달러 규모의 장학금과 미국 루슨트 벨연구소 방문, 인턴십 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루슨트는 삼성멀티캠퍼스를 공식 대행기관으로 지정, 자사의 기술자격증 인증제도인 ‘LCTE(Lucent Certified Technical Expert)’의 시험대행 및 지원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알카텔=데이터스위치장비기술자격프로그램(Switch Expert Program)을 보급중인 한국알카텔(대표 김충세)은 최근 프랑스 본사에서 자격증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전문인력을 영입, 본격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급 단계에 해당하는 ACSP(Alcatel Certified Switch Professional) 자격증의 경우는 온라인을 통해 2일간 무료로 지원되며 다음단계인 ACSS(Alcatel Certified Switch Specialist)는 실습교육을 포함, 총 8일간의 교육일정으로 제공된다.
현재 알카텔의 교육프로그램은 비즈니스파트너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알카텔 자격증 소지자가 평균 7만∼9만달러의 고액 연봉을 보장받을 정도로 많은 혜택이 주어지므로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노텔=노텔네트웍스코리아(대표 정수진)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텔은 일반인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 인원이 모이면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파트너사를 상대로는 분기별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고객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을 지원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성공사례-시스코코리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대표 김윤)가 운영하고 있는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는 국내 ‘네트워커스(networkers)’ 사이에 필수 코스로 여겨질 만큼 네트워크 분야의 성공적인 교육사업으로 꼽힌다.
시스코코리아는 본사 차원에서 전세계 149개국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국내에서도 100여개에 이르는 대학교와 제휴를 맺고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스코 본사는 전세계적으로 교육사업을 위해 4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데 시스코코리아도 국내 사업을 위해 매년 2억∼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는 교육대상에 따라 시스코아카데미교육센터(CATC:Cisco Academy Training Center), 지역아카데미(RA:Regional Academy), 현지아카데미(LA:Local Academy) 등 세가지 종류의 교육기관을 통해 진행된다. 현재 동국대학교가 CATC로 등록돼있으며 경희대, 대구대, 동아대, 전북대, 조선대 등 16개 대학이 지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경북대, 건국대, 광운대, 세종대, 경주대 등 총 82개 대학이 현지아카데미로 등록돼 시스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시스코네트워킹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컴퓨터 네트워크를 설계, 구축하고 유지하는 법을 이론뿐 아니라 실습을 통해 교육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바로 실무에 투입돼서도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프로그램은 8학기 560시간 과정으로 이뤄지며 기초 단계에 해당하는 CCNA(Cisco Certified Network Associate)와 중급과정 CCNP(Cisco Certified Network Professional)로 구성된다. CCNA 과정에서는 라우팅, 스위칭에 대한 기초교육이 주를 이루며 후반기 4학기에 해당하는 CCNP 과정을 통해서는 고급 라우팅, 다층 스위칭 등에 관한 교육이 제공된다.
교육기간중 최소 두 학기를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인턴십프로그램도 제공해 학생들이 네트워크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최기영 상무는 “시스코의 모든 교육은 실습을 위주로 진행되며 네트워킹 과정뿐 아니라 유닉스, 자바와 관련된 교육도 병행되므로 실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시스코코리아는 올해안에 무선 및 보안에 관련된 교육과정도 추가할 계획이며 현재는 미국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어도비사의 웹디자인 교육도 도입해 명실상부한 IT 전문교육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최 상무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IT인력 발굴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고 있으나 향수 2∼3년 내에 국내에서 또한번 네트워킹 기술인력의 부족현상이 예견된다”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 수료생
“무엇보다 실습 위주의 교육이 크게 도움이 됐어요.”
지난 2년간 동국대 영상정보통신대학원에 개설된 ‘시스코네트워크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지난 2월 초고속인터넷장비업체인 코어세스에 입사, 품질개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종여 연구원(26). 이씨는 시스코네트워크아카데미를 통해 최신 네트워크장비로 다양한 형태의 실습을 해본 것이 현재 자신의 일에 큰 도움이 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씨가 시스코네트워크아카데미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001년 동국대 산업공학과 졸업후 같은 대학 영상정보통신대학원 네트워크관리학과에 들어가면서부터. 당시 네트워크관리학과에는 주요 정규 수업 중의 하나로 시스코네트워크아카데미 과정이 개설돼 있었고 이씨는 첫번째 과정인 CCNA부터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밟아나갔다.
“일반 학원과 달리 최신 장비를 실제로 사용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일반학원은 풀세트의 장비를 제대로 갖춘 곳이 별로 없고 그나마 보유대수가 부족해 실습기회가 적거든요.”
실습 위주의 교육은 이씨가 올초 코어세스에 입사한 후 품질개발팀에 배치되면서 효과를 발휘했다. 개발 초기단계의 네트워크장비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기 때문에 지난 2년간 최신 장비를 다뤄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입사 초년생은 대개 장비 경험이 적어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저같은 경우는 실습 경험이 많아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시스코의 두번째 상위 자격증인 CCNP까지 획득한 이씨는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해 최상위단계인 CCIE에도 도전하는 등 최고의 네트워크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과제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통신장비업체들의 교육사업이 활기를 띠는 추세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반인에 대한 교육기회가 적다는 점.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은 교육의 초점을 자사의 고객사 및 파트너사에 맞추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상설 교육기관을 통한 교육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부정기 교육을 실시하다보니 일반인이나 대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교육신청을 받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더욱이 일부 업체의 경우는 국내에 교육기관이 없어 교육을 받으려면 본사나 아시아 지사쪽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들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교육이라기보다는 자사 장비 관련 자격증을 인증하기 위한 교육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커리큘럼 자체가 특정 회사의 제품을 다루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반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에 따라 IT교육사업의 가장 큰 목적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발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이와 관련, 통신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몇몇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커리큘럼을 대중화하는 등 일반 대학생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