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교육]`멀티형 人材`가 국가경쟁력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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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지식 그리고 도약.’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물적자원에서 인적자원으로 변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국가 경쟁력도 그 나라가 보유한 인적자원의 수준에 달렸다. 앞으로는 뛰어난 인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리는 시대가 온다. 지식을 창의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인적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우리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이제는 단순 ‘전산인력’이 아닌 ‘IT 고급인력’이 필요한 시대다. 더욱 치열해진 국제 경쟁 상황속에서 국내 IT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은 고급·전문 IT인재들이다. 미래 우리나라 IT산업의 대도약도 결국 고급 IT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IT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던 초창기 시절만 해도 단순 프로그래머로 충분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IT를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기존의 IT인력으로는 결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국제감각을 지니면서 스킬(skill)도 보유한 인력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필요한 IT인재다. 테크니컬(technical) 스킬과 함께 비즈니스적인 감각도 지녀야 한다. 결국 이제는 하나만 잘 하는 인력이 아니라 멀티플레이어의 속성을 지닌 IT인재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같은 고급·전문인력에 대한 절실한 요구는 일선 기업들의 인력채용 추세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지난 상반기에 인력채용을 실시한 기업 대부분이 신규 인력의 절반 이상을 경력사원으로 채웠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지원자보다는 현업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험있는 인력을 원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망망대해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 형태의 인력채용보다는 낚시를 물에 담그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필요한 인재를 직접 낚아 올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의 IT직업 종사자 증가율에서도 고기술 또는 고숙련직은 높은 성장세(11.2%)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생산직과 중저급 기술직은 낮은 증가세(2.5%)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IT를 국가 대표산업으로 견인하기 위한 역량있는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IT지식에 영어는 물론 국제감각까지 갖춘 국제경쟁력 있는 인력양성체계는 아직도 요원하다. 이같은 상황을 업계는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정작 중요한 고급 연구개발 인력이 없어 고액의 연봉을 주고 타사의 경험 있는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IT 전문인력 양성에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난 2001년에 IT인력양성종합계획을 수립하고 IT분야를 국가 6대 전략분야의 하나로 책정(2001.11), IT인력 양성을 중점 추진해 왔다. 지난 2년간 총 6867억원(2001년:4311, 2002년:2556)을 투입해 교육시설과 교수요원 확충 등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해외 석·박사 유학 등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대학이나 민간학원 등이 배출하는 IT인력들은 산업체가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국내 IT인력 양성 시스템 자체가 시장수요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지 않아 IT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인력들도 실무적응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IT인력에 대한 기업수요는 빠르게 변하는 데도 교육시스템은 전통적인 ‘밀어내기 방식(push process)’으로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IT교육의 질적 수준 차이로 인한 숙련불일치(skill mismatch)와 직종별 수급 불일치에 따른 일자리 불일치(job mismatch)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선 IT교육기관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IT인력의 질적 수준이 ‘하향평준화’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그래서 숭실대 컴퓨터학부 이남용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IT인력 양성정책이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데 그쳐 고급인력의 부족현상을 초래했다”며 “IT인력의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개선이 필요할 때”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 인력수급 중장기 계획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IT전문인력 수요는 연평균 9.4%씩 증가해 오는 2010년에는 73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급기술 인력을 유인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미흡해 분야별·기술수준별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IT전문인력에 대한 학력수준별 수급차 전망을 살펴보면 오는 2006년까지 전문대졸 인력은 초과공급(7만8000명)이 예상되는 데 반해 학·석·박사 인력은 초과수요(9만1000명)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4∼5년간 꾸준히 IT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해 양적인 공급기반은 어느 정도 갖췄으나 시장수요에 맞고 세계 경졍력을 지닌 질적인 IT인력양성 체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이같은 분야별·기술수준별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 및 전자상거래 등 교육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의 교육기관 및 과정을 전문화·체계화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또 기업의 수요를 직접 반영한 표준교과목 교육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IT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국가 IT인력 양성체계에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모델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IT인재 양성은 대학과 기업, 민간 재교육기관의 실질적인 역할분담과 실천에 의해 담보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 기업, 민간재교육기관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이 속에서 최적화된 협업모델을 수립할 때 경쟁력 있는 IT핵심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것이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도 “대학과 기업, 그리고 민간재교육기관이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짜임새 있는 책임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 젊은이들을 성공으로 이끌고 국가 차원에서 핵심인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