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피는 코미디물을 볼까? 아니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멜로물을 볼까?
최근 화제작이 잇따라 개봉되면서 안방의 볼거리도 풍성해진 느낌이다.
재미와 오락거리를 갖춘 코미디물에서부터 멜로물, 공포물에 이르기까지 6월의 비디오가는 한층 다양해진 모습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은 코믹물 ‘애널라이즈 댓’과 개봉 한달만에 200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선생 김봉두’는 온가족이 즐기기에 좋은 작품.
특히 박찬욱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멜로물로 마니아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승원과 로버트 드니로의 코미디 대결:‘애널라이즈댓’ vs ‘선생 김봉두’=‘선생 김봉두’와 ‘애널라이즈 댓’은 카리스마가 강한 배우들이 코믹연기를 통해 연기의 기반을 넓힌 작품들.
‘애널라이즈댓’은 젊은 시절 갱스터 무비로 시대를 풍미했던 로버트 드니로가 죽음의 두려움에 휩싸여 신경쇠약증까지 걸린 심장 약한 마피아 보스로 변신,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다.
거칠 것 없는 마피아 보스인 폴(로버트 드니로)은 감옥 안에서 상대 마피아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당한다. 폴은 정신과 주치의 소블(빌리 크리스탈)의 도움으로 보호관할로 석방된 후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의 제거를 위해 나선다.
‘선생 김봉두’는 촌지를 밝히는 불량교사의 개과천선 과정을 다룬 작품.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선생 김봉두(차승원)는 돈봉투와 향응을 밝히다 결국 발각되고, 그는 전교생이 다섯명뿐인 강원도 산골 분교로 퇴출된다.
강남의 생활에 젖은 김봉두 선생은 촌지를 받기 위해 각종 음모를 꾸며대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마을사람과 아이들의 의외의 행동이 대조를 이루면서 관객의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는다.
차승원은 카리스마가 강한 모델에서 배우로 변신,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특사’에 이어 이 작품을 통해 코믹한 연기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박찬욱의 멜로 격돌:‘그녀에게’ vs ’질투는 나의힘’=“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나도 잘해요”라는 영화 카피로 눈길을 끌었던 ‘질투는 나의 힘’은 박찬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미 단편 작업시절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박 감독이 한 청년이 맺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불안한 청춘과 질투라는 감정을 독특하게 영화에 반영했다.
착실하게 살아가던 대학원생 원상(박해일)이 같은 남자에게 두번씩이나 애인을 빼앗기며 질투와 호기심으로 이 남자에게 접근하게 되고, 동경과 모호한 질투 사이에서 점차 그를 닮아가기 시작한다.
단호함과 섬세함이 어우러진 연출과 박해일·배종옥·문성근 등 배우들의 연기조화가 돋보인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신인 작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로테르담영화제의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식물인간이 된 발레리나와 여자 투우사를 돌보는 두 남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이 영화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칸영화제 감독상 및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유럽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세계적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최신작이다.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시가 직접 공연한 ‘카페 뮐러’와 아름다운 음악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을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여름을 식힐 영화:‘애니메트릭스’ ‘링2’ ‘사국’=‘매트릭스2’의 열풍을 잇는 ‘애니매트릭스’는 말그대로 이색작이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적인 상상력에 일본의 독창적인 미래주의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총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이다.
더위가 몰려오면서 공포물도 등장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사국’과 ‘링2’. ‘링2’는 전편인 ‘링1’의 저주의 여인 ‘사다코’가 ‘링 바이러스’의 정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30년 전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사다코 사체의 실제 사망시기가 불과 1∼2년 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다코에 대한 비밀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링2’가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된 공포를 표현함으로써 섬뜩한 공포감을 준다면, ‘사국’은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소녀의 서늘한 정한을 담은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