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3)국산 애니의 기준은?

 몇년 전 국산 애니메이션 점수 평가단의 간사를 맡았었다. 문화관광부에서 정한 국산 애니메이션 평가 점수 기준에 따라 대상이 되는 작품을 심사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약간 변경됐지만 당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으려면 제작과정을 24점으로 나눠 그 중 17점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을 국내에서 제작하거나, 30% 이상의 국내 자본을 투자한 상태에서 13점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이 기준을 통해 국산 애니메이션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업무로 들어가 제작공정에 대한 국내제작 여부를 가리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특히 외국과의 공동 제작물을 대상으로 판정하는 작업은 참으로 어려웠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던 어느날, 모임에서 방송사에 계신 분이 참으로 난감한 질문을 해왔다. “북한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을 남한의 방송사에서 방영한다면 국산이 될까요?”라는 질문이었다.

 북한에서 만든 상품에 대해서는 민족간 거래로 보는데다 헌법대로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국산이 돼야 한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이 각기 유엔에 가입한 현실을 감안하면 자본도 투자하지 않고 제작에도 참여하지 않은 작품을 국산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이 문제를 놓고 업계에 설문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들은 후자의 개념에 섰다. 하지만 후자에 선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들도 남북교류가 확대되는 시기가 되면 전자의 개념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국산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화두처럼 안고 다녔다. ‘불변의 국산 개념은 과연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규정해야 하나?’ ‘우리가 외국에 국수주의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국산이라는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라는 등의 생각을 해봤다.

 사실 일정 점수를 기준으로 해서 무 자르듯이 여기서부터 국산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중국의 경우 자국 자본이 조금이라도 들어가거나 자국내에서 생산된 것이라면 중국인들의 제작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중국산으로 인정한다. 또 프랑스는 우리처럼 점수제가 있기는 하지만 공동제작에 대해서도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프랑스산으로 본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관련자들이 지금의 제도에 대해 이견이 없다. 국산에 대한 평가기준이 어떠한 형태로든 있어야 한다는 것과 기준이 없으면 혼란에 대처할 방도가 없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과연 북한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국산일까, 외산일까?

 

 <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 lke@koreaanimati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