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들이여, 지갑을 열어라!

여기 저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게임 효과음들이 뒤섞여 정신이 없을 것만 같은 PC방. 어느 곳에서도 데이트를 즐길 만한 분위기나 장소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남친, 여친의 손을 잡고 PC방에 들어가 하루에도 몇시간씩 함께 게임을 즐기는 ‘PC방 데이트족’이 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하는 게임을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 이들이 PC방을 자주 찾는 이유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온라인게임을 즐기며 게임내의 캐릭터를 자신들의 분신처럼 키워 나가는 커플도 많다. 옆좌석에 나란히 앉아 게임 내에서 사이버공간을 누비며 함께 활동하는 가상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에게는 PC방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데이트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신세대들의 경우 남친이나 여친 하나 없으면 ‘바보’로 취급받을 정도로 남녀 관계가 자유스러워진 지 오래다. 또 요즘에는 어린 학생에서부터 40대 중년층까지도 좋아하는 게임이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게임이 보편적인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보면 PC방이 신세대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풍경이다.

 이같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듯 최근 PC방을 비롯해 대형 영화관 등 이들 신세대 커플을 모시기 위한 ‘커플 우대 마케팅’을 펼치는 놀이문화공간이 부쩍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PC방과 영화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늘어가는 ‘커플석’. PC방의 경우 항상 젊은 연인들로 넘쳐나는 신촌이나 홍대앞 같은 곳에서는 ‘커플석’을 아무리 늘려도 모자라기만 하다. 어쩌다 한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라치면 몇시간이 지나도 일어설 줄을 모르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들기 일쑤다.

 모르는 사람처럼 멀쭘히 떨어져 앉기보다는 커플 티를 내면서 바짝 붙어앉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신세대 커플. 이들이 PC방을 점거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들만을 위한 ‘커플석’을 마련해주는 PC방도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삼성동 코엑스몰에 게임관련 토털 체험관을 지향하며 오픈한 세중게임월드도 PC방의 일부분을 할애해 9개 동의 특별한 커플석을 마련했다. 유리로 칸막이를 설치해 연인들만의 밀어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가까이 앉을 수 있도록 좌석도 붙여 놓았다.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LCD 모니터를 단 최고사양의 컴퓨터도 설치하는 아주 특별한 배려를 한 공간이다.

 “시간에 따라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6시 이후면 20대 초반의 젊은 연인들로 항상 만원입니다. 특히 주말이면 한참을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어요.”

 자신이 기획한 커플석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것을 보고 흐뭇해 하는 세중게임월드의 송한우 본부장은 “아마 처음부터 젊은 연인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한 곳은 이곳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영화관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영화관이야 원래 커플들이 많이 찾는 주요 데이트 장소다. 따라서 각 좌석에 붙어 있는 팔걸이는 수시로 위로 제쳐 올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연인들을 위해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계를 필요에 따라 제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개관하는 영화관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커플 고객을 위해 한층 강화된 배려를 해준다. 아예 좌석 가운데에 팔걸이를 두지 않고 좌석도 좀더 가깝게 밀착시켜둔 커플석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일반화하고 있다.

 최근 김포공항 청사 내에 들어선 멀티플렉스 ‘M파크9’의 경우는 아예 총 2000석의 좌석 가운데 3분의 1을 커플석으로 꾸며 놓았다. 이 정도면 아예 연인들을 위한 영화관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밖에도 커플들을 우대하는 세상임을 확인시켜 주는 커플 마케팅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얼마전 유행했던 이동전화 커플 우대 요금제를 비롯해 최근에는 잠실 운동장에서도 일반 티켓보다 저렴한 커플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또 외국 항공사 가운데는 커플에 한해 비즈니스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으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커플 보험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