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의 투자환경

◆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 jamesu@imri.co.kr

남북 IT 협력사업은 기존 남북 협력사업의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사업이라는 한계를 넘어 첨단기술을 공유하고 상호 기술개발 과정을 통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통일에 대비한 기술 교류·협력을 확대한다는 데 그 의의와 경제적 효율성을 갖고 있다.

 북한도 강성대국 건설의 기치 아래 IT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전자·정밀기기 등 첨단과학기술과 응용과학기술의 개발·도입에 주력하면서 당면한 경제난 타계를 위한 실용적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협력사업이 가능한 분야의 여지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요인 등으로 6·15 정상회담 이후 경협이 가속화하면서 IT 협력사업도 남쪽의 많은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게 된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98년 처음 평양에 모니터 공장을 설립할 때와 지금의 IT 협력사업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IT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이 검토될 수 있지만 그 특성상 경제성·사업성 문제 외에도 외부적 환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첫번째는 대외적 요인에 의한 수출 통제다. 북한은 과거 코콤체제부터 시작하여 바세나르협약, 캐치올(catch all) 제도까지 민감성 품목과 전략물자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받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IT사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기반과 보충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도 486 이상의 PC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북한에 공급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규제돼 하드웨어적인 기반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원하는 IT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두번째는 북한의 협력지원 기반이다. 현지 기술보유 인적자원의 지원과 보충, 지속적인 상호 의사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다. 아직까지 남쪽 기업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 북한 기술인력은 풍부하지 못하다.

 북한은 계획경제에 기반을 둔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국가의 관심에 따라 사업 집중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며, 이는 분야에 따라 기술력의 진폭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평가가, 낙후된 하드웨어적 환경에서 만들어낸 소프트웨어적 기술수준의 평가로서, 절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상대적 평가의 인식이라는 부분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고 많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기초과학은 상당한 수준이며 발전 가능성이 크다. 사회주의국가 성격상 가능한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IT분야에서 이뤄지고 집단적으로 개발할 경우 북한도 상당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있으나, 상품성·시장성·경제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획 및 추진방향, 교육 등 남쪽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도 IT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대학에 컴퓨터 학부를 늘리는 등 인적자원 개발에 노력하는 것은 향후 IT 협력발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와 함께 상호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통신 및 교류 등의 환경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사업의 경우는 개발자들간의 지속적이고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검토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환경적인 부분은 개성공단이 우리가 의도한 바와 같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핵문제 등 정세의 변화로 인하여 개성공단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우리가 의도한 바와 같이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 등을 현실화하여 공단이 정상가동될 경우 IT부문의 제한적인 사업환경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공업과 함께 사업 초기에 적합한 분야 중 하나로 IT사업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앞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성공단에서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IT인력을 조달받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지금처럼 획일적인 임금지급 방식과 인력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인력조달이 진행될 경우 부족한 북한 IT인력을 개성공단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기술력이 필요한 IT부문에서는 저가의 임금을 통한 인력조달도 중요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공급하는 질적인 문제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의 불안정한 정세들이 평화롭게 해결되어 IT 협력사업을 포함한 경협 등이 정상궤도에 오르고 우리가 동북아 시대를 주도하는 시기가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