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정책을 놓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정통부가 기존 통신서비스에 융합서비스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통신서비스 및 사업자 분류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연내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할 예정인 가운데 방송위원회가 융합서비스를 대거 포함시키는 쪽으로 방송사업자 분류체계 개선작업에 들어가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영역다툼 가열=정통부는 지난해 6월 역무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위성디지털미디어방송(DMB)사업을 하려면 통신사업자로 허가받거나 등록, 신고토록 했다. 방송위는 이에 발끈했다. 방송위의 반발이 거세자 정통부는 위성DMB사업자를 서비스 제공업자와 위성중계기 제공업자로 분류, 중계기 제공업자의 경우 통신사업자 허가를 받도록 했다.
방송위는 그러나 위성DMB 자체를 방송법상의 위성방송사업자로 포함시켜 사업 허가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공고히했다. 방송위는 한발 더 나아가 이동통신의 동영상서비스,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VOD서비스, 데이터방송,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등을 방송사업에 포함시켰다. 방송서비스와 방송국을 구분해 정통부는 방송국 허가만 내주도록 함으로써 전반적인 정책과 사업 허가권을 쥐겠다는 속내를 비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한 조찬강연에서 위성DMB는 물론 지상파DMB의 서비스 일정과 사업자 선정계획을 밝혔다. 양 기구간의 영역다툼은 점차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왜 다투나=방송위측은 아무리 통신망을 이용한다 해도 방송 성격이 뚜렷하다면 방송사업으로 봐야 하고 방송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통부는 통신방송 정책수립과 규제집행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정책과 규제제도 수립은 정통부로 일원화하고 방송위는 정통부 산하 통신위와 합쳐 시장감시와 규제집행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엇갈리는 전문가 견해=방송전문가들은 주로 통신대기업의 독과점구조 심화 가능성을 우려해 방송위의 견해를 지지하는 반면 통신전문가들은 뉴미디어시대에 정통부의 접근방식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만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신규 서비스를 통신 마인드로 규제하면 일부 대기업의 독과점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DMB를 비롯한 신규 융합서비스의 경우 방송위가 규제, 관리하는 게 사회적 이익을 고려해볼 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는 방송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주자는 주장과는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염용섭 KISDI 통신방송정책실장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뉴미디어 산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곧 신규 통신방송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되 우려되는 사항을 막기 위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염 실장은 “융합서비스 중 순수 방송 성격을 방송위가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나 새 틀을 만들 때 배타적으로 가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면서 “양쪽 모두 법정비가 필요하니만큼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고 궁극적으로는 통합기구, 통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은 좋으나 주도권 경쟁에 집착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매체공학과)는 “융합서비스 사업자를 방송이나 통신 어느 법에 넣어 규제할 것이냐로 접근하지 말고 산업육성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택 이대 교수(경제학과)도 “다양한 방법을 놓고 양자간에 어떻게 협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