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업계가 생산·연구 부문의 고급인력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로 대내외 영업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한 데다 시장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기판업체들은 고급인력을 수혈함으로써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고 기업 미래를 담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 기판사업부는 미국 반도체업체 커넥선트시스템스 이사를 지내고 미주리 롤라대학원에서 유학중인 선병국 박사를 연구소내 선행개발팀장으로 지난해말 영입했다. 선 상무의 역할은 현재 양산중인 제품에 앞선 2∼3년 후 제품을 예측하고 개발함으로써 삼성전기가 기판산업에서 세계 1위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발판을 다지는 것. 이 회사 한 관계자는 “일본 신코에서 패키징 기판 분야의 에스급 인력 유치를 추진중”이라며 “우수 인력이 곧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름한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대표 김종택)는 코리아써키트 공장장 출신인 최면갑 전 상무를 생산담당 전무로 최근 영입했다. 최 전무 역할은 생산 및 연구 부문 사령탑인 김종택 사장을 보필하면서 신규 사업인 빌드업 기판의 품질 안정화와 혁신적인 원가절감 전략을 수립하는 것. 김 사장은 “반도체·리드프레임·기판 등을 두루 거친 최 전무의 경험을 높이 샀으며 이를 생산현장에 접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엑큐리스(대표 김경희)는 올해 LG전자 DMC사업부 김형근 전 연구소장을 부사장 겸 연구소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이 회사는 중소업체 입장에서 김 부사장의 캐리어가 매우 부담스럽지만 신규 사업인 휴대폰용 빌드업 기판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있어 핵심 인물로 판단한 것.
이 회사 장환일 기획이사는 “삼고초려 끝에 간신히 김 부사장의 허락을 받아냈다”며 LG전자에서 갈고 닦은 빌드업 기판 기술의 진수를 한껏 발휘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엑큐리스가 LG전자 우수 협력업체인 점을 감안했을 때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김 부사장이 영업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엔텍(대표 김상홍)은 김상홍 전 스템코 사장을 지난해 하반기 사장으로 추대했다. 회사측은 불경기 속에서 수백원대의 시설투자를 해놓고도 품질이 안정화되지 않았으나 삼성전기 등을 두루 경험한 김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하고 생산라인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품질이 제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심텍(대표 전세호)은 연구담당 임원 조래을 상무와 생산담당 임원 오춘화 상무를 각각 이수페타시스와 대덕전자에서 지난해 잇따라 영입, 고급인력 확보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조 상무는 초고다층 기판의 수율향상과 빌드업 기판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구축에도 매진하고 있다. 오 상무는 수직 동도금 라인을 도입함으로써 품질 안정화에 일조하는 등 두 임원은 전세호 사장의 양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심텍측은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