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와 UMC가 80%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독식해온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시장에 종합반도체업체(IDM)와 후발 전문업체들이 사업을 강화하면서 양강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IBM·하이닉스반도체·텍사스인스트루먼츠(TI)·후지쯔 등 IDM들이 파운드리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후발 전문(pure)업체인 동부전자가 아남반도체와 통합하고 신생 SMIC도 장기고객을 확보해 선발 양사를 추격하고 있다.
◇왜 강화하나=그동안 구색맞추기 정도로 파운드리사업을 병행해온 IDM들이나 후발사들이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반도체시장 불황에 자체 제품이 부진하더라도 외주 물량을 확보해 생산라인을 돌리면 안정적인 부가수익을 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90㎚ 등 나노미터급 초미세회로공정으로 미세화되면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할 수 없는 반도체업체들이 외주 생산량을 확대, 파운드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뒷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격화되는 추격전=90㎚ 공정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IBM은 최근 TSMC의 주력 고객사인 그래픽칩세트업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한데 이어 싱가포르 차터드와도 300㎜ 웨이퍼 생산 및 0.13㎛급 양산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IBM은 차터드와의 협력으로 중저가 제품 공정을 수주해 파운드리용 풀 라인업을 갖춰 TSMC와 전면 대응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쯔는 0.13㎛과 90㎚급 공정기술을 갖추고 주문량이 적은 반도체설계업체들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후지쯔는 이미 실리콘밸리의 설계업체들로부터 주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하이닉스반도체는 D램 노후라인을 비메모리 파운드리로 전환해 0.35㎛과 0.25㎛급 공정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TI도 고집적 통신반도체 ASIC 서비스와 제조로 짭짤하게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0㎜ 웨이퍼 월 3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동부전자는 아남반도체와 통합을 바탕으로 0.13㎛급 공정준비에 돌입했다.
이미 도시바로부터 품질검증을 마무리하고 있는 동부는 미세회로공정에 필요한 구리공정기술 등을 테스트 중이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동부는 또 내년에는 90㎚급 공정으로 전문업체로서의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후광을 입고 상하이SMIC는 TI의 외주생산 물량을 확보한 데다 상하이 지역자치단체가 추진중인 스마트카드칩 설계사업을 수주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올 연말까지 약 3만장의 생산능력에 0.13㎛급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며 최근에는 유럽 반도체설계업체인 악센트S.r.l.과 제휴를 맺고 유럽지역 고객확보에 나섰다.
◇가격인하, 공급과잉 우려=이들의 추격에 TSMC와 UMC는 가격인하로 맞서고 있다. 이미 양사는 0.25μ과 0.35μ 등 로엔드 공정 중심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했으며 하이엔드 공정에서도 가격 인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격화되는 경쟁구도는 기존 업체들의 입지를 약화시켜 양강체제가 다강구도로 바뀌고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세미코리서치는 “파운드리 시장은 향후 5년간 매년 25%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종합반도체회사들과 후발업체들의 공세로 양강체제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퓨처호라이즌은 “중국 후발 반도체업체들의 과다 투자로 오는 2005년께는 반도체시장에 과잉공급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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