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개월간 총 6회에 걸쳐 연재된 ‘이슈공방’ 시리즈는 정보화 투자, 컨설팅, 아웃소싱, IT인력 양성, 기업투명성 등 국내 IT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들을 다뤄왔다. 매주 한 차례씩 주제별로 서로 상반된 이해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을 통해 생생한 현장경험과 주장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에 시리즈를 최종 정리하는 차원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6개의 핵심주제에 대해 22명의 IT현업 전문가와 정부의 정책 담당자로부터 직접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이슈공방을 마무리한다.
◇외국계 컨설팅, 사치인가 필수인가=외국계 컨설팅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는 대체로 어떤 컨설턴트가 수행하느냐가 품질을 결정한다는 국내 컨설팅업계의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10명)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컨설팅업체의 생존전략에 대해서는 외국계 컨설팅의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13명)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강점인 선진 컨설팅 프레임워크와 풍부한 사례, 컨설팅 능력을 최대화하는 네트워크 파워 등은 고객의 입장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국내 컨설팅업체는 단가산정 방식 등에 대한 불만에 앞서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시스템과 인력보상 및 유지체계 등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보화 투자, 낭비인가 혁신인가=정보화 투자는 장기적이며 비간접적인 효과가 크다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입장에 상당수(9명)가 동의하고 있지만 정보화 투자의 성격에 따라서 효과분석을 위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장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5명)가 동감했다.
하지만 정보화 투자는 특성한 정량적인 효과분석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정량적 분석보다는 목표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즉 정보화 투자는 비전과 전략과 관계선상에서 검토되고 투자 전에 이슈가 해결됐는지 활용 측면에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IT아웃소싱, 왜 늦어지나=아웃소싱 공급자의 준비미흡과 수요자의 미성숙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국내 IT아웃소싱 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행 투입인력 기준의 MM 기반 계약관행을 선진적인 서비스수준협약(SLA) 기반의 계약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동의했다.표1참조
이는 계약관행의 선진화가 아웃소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행조건임을 방증하는 결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SLA 전환을 위한 준비가 아직 미흡해 시기상조라는 지적(10명)도 많았다.
◇대학 IT교육 이대로 좋은가=대학·IT전문교육기관 그리고 기업의 역할분담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대학이 충분한 소양교육을 실시한다는 전제아래 경쟁력 있는 IT인재는 결국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길러지는 것임을 나타낸다.
또 IT업계가 원하는 우수인력도 단순기술보다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경영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실제로 대부분의 응답자(18명)가 비즈니스와 IT를 접목할 수 있는 조정능력을 기반으로 시스템 전반을 통찰해 창조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멀티플레이적 IT인재를 원했다.표2참조
그러나 인력에 대한 기업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지적하며 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개인의 능력만을 취하려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IT협업 ‘윈윈’방안=정보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모델을 구체화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거래를 위해 거래기업 수만큼 서로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 구축비용의 일부를 대기업 또는 정부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17명)이 대다수였다. 또 재고관리 자동화 및 재고부담의 분배 측면에서 대기업의 재고부담을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현행 관행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14명)이 많았다.
◇정보화, 기업투명성의 대안인가=최근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기업투명성에 대해서는 정보화가 기업투명성 성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표3참조
그러나 대부분이 정보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투명경영에 대한 경영자 의지와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들이다.
특히 기업을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자 모델에서 볼 때 투명성을 강제하는 가장 중요한 관계로 기업과 주주와의 이해관계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다음으로 기업과 경영자 관계, 기업과 고객 관계, 기업과 정부 관계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내부적인 정보공유의 투명성과 기업과 협력업체간의 조달관계의 투명성은 의외로 우선순위에서 뒤처졌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의견조사 참여자(총 22명)
신창섭(삼성SDI 정보전략팀), 정기호(삼성전자 정보전략그룹), 박정수(아이앤아이스틸 정보기획팀), 황명규(비앤지스틸 IT실), 유용택(삼성석유화학 정보전략팀), 김종칠(LG화학 정보전략팀), 김은환(이건산업 전산팀), 강희진(한솔홈데코 기획팀), 배희영(정식품 정보전산팀), 권해욱(LG생활건강 로지스틱스팀), 송충관(대림I&S 고려개발IS팀), 박두원(두산건설 인터넷사업팀), 한상범(하나은행 전산센터), 김동수(삼성캐피탈 정보화전략팀), 이광일(국민신용카드 e-Business팀), 장진우(대한통운 KE정보기술경영관리팀), 김한수(아시아나항공 사업개발팀), 조태학(롯데백화점 BPR추진팀), 김성진(한화유통 정보시스템실), 원종권(데이콤 IT추진팀), 서경종(조선호텔 정보시스템팀), 김영아(연세의료원 의료정보과)
<정부> 석호익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IT산업은 이미 우리경제 GDP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무역흑자의 71%, 실질 GDP 증가의 37%를 기여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성장엔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우리경제가 21세기 초반에는 반드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분야를 발굴하고 있다.
우리 IT산업이 중국 등 후발국의 급속한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리경제는 21세기 정보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정보화 전략모형을 기반으로 한 질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케하는 동력은 IT업계와 수요자 전체가 참여하는 치열한 브레인 스토밍을 통한 새로운 전략의 개발 및 협력모델의 구축이라고 본다.
이같은 맥락에서 전자신문과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마련한 ‘이슈공방’ 시리즈는 매우 의미있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도출과 수렴과정이 거듭되고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져 IT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공방과정에서도 몇 가지 정책적 검토사항이 발굴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컨설팅 시장의 경쟁력 향상과 수요자 만족을 위해서는 외국계와 국내를 불문한 공정경쟁 체계가 정착돼야 한다. 또 지속적인 정보화 투자확대 및 IT산업의 질적인 도약을 위해 공급자·수요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화 투자 효과분석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IT아웃소싱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서 이를 보다 빨리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MM 단가 위주의 소요비용 산출방식을 자연스럽게 SLA 방식으로 전환되도록 하기 위한 업계·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IT협업에 있어 중소기업의 협업참여 부담을 줄이기 위한 관련기술 및 제품 표준화도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이미 정보시대의 문턱을 지난 지금 정부가 일방적 개입을 통해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방화·다원화된 정보사회에서 정보화 주체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정부는 여러 가지 문호를 개방해 놓고 있다. 아무쪼록 위와 같은 IT산업 이슈에 대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제안이 있기를 바란다.
<이슈공방을 마치며>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
기업정보화지원센터는 전자신문과 함께 2003년 기업정보화 6대 핵심이슈를 선정하고, 이슈별 상이한 이해관계자들의 치열한 입장개진과 토론을 통해 쟁점들을 도출해왔다. 이슈공방을 통해 컨설팅, 정보화 투자, IT인력양성, 아웃소싱 등 기존의 IT산업의 고전적 쟁점뿐 아니라 정보화 기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모델, 기업투명성에서의 정보화 역할 등에 대한 신규 쟁점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논의를 벌였다.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의 대립을 전제로 한 갑론을박이 오히려 새로운 실천전략을 모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각계각층의 활발한 대화와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새로운 협력방안에 대한 모색과 실험이 한국 IT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자 새로운 21세기 IT전략모형의 키워드임을 일깨워준 소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