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증권시장이 기업간 인수합병(M&A)으로 재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달 들어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업종 대표기업들이 소규모 관련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했던 기업들이 인수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나스닥 상장기업들이 4, 5개 가량의 코스닥 등록 IT기업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스닥시장은 주가상승과 함께 M&A 열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지난 16일 정부의 증시통합 계획 발표로 시장 지위 약화가 불가피해 보였던 코스닥시장에 재기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스닥시장의 M&A는 올초부터 증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시도만 활발했을 뿐 성사 건수는 극히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업종 M&A 활발=현재 코스닥시장의 M&A는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업종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아직은 대부분이 자금력이 있는 분야별 유력기업들의 소규모 인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네오위즈는 지난 22일 코스닥 등록 게임업체인 타프시스템에 58억원을 출자하며, 사실상 이 회사를 인수했다. 또 플레너스는 지난 26일 넷마블을, 인터넷 포털업체인 NHN도 27일 쿠쿠박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대기업간 합병과 같은 ‘대사건’보다는 코스닥시장에서 비교적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업종 대표기업들의 소규모 인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두로 시장개편의 서막이 열린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저가 M&A 증가 가능성=최근 코스닥 시장의 M&A 양상은 저가 M&A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가 M&A는 나스닥 상장업체인 레멕사의 현지법인인 레멕아시아가 코스 등록 반도체 검사장비 및 전광판 제조업체인 넥사이언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존의 M&A와 주가의 상관관계 공식을 깨뜨리고 있어 코스닥시장 M&A 활성화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주주의 변경 과정이 우호적일 경우 성사 이후에는 주가가 빠지는 것이 관행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넥사이언은 주가가 액면가에 가까운 800원대에서 형성되던 상황에서 피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5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치며, 두배 가량 뛰어올랐다. 향후 주가가 추가 상승하고, 레멕사가 최대주주로 장기간 남는다면 코스닥 저가 M&A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코스닥 M&A 활기 지속의 조건=최근 잇따르고 있는 코스닥 기업들의 M&A는 증권거래소와의 통합을 앞두고 의기소침해 있던 코스닥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M&A를 제약하는 걸림돌들에 대한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난 21일 코스닥위원회가 개최한 ‘코스닥기업 M&A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는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M&A 유도, 제도적인 걸림돌 제거, M&A 수요 기반확충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 자리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주식매수청구권제도와 주식교환에 따른 양도세 과세시기 문제였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코스닥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M&A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며 “그동안 M&A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주식매수청구권제도, 합병 차익 과세시점 등이 해결되면 M&A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