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전업계가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실태조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이 지난달부터 합동으로 펼치고 있는 이번 단체수계 공정운영에 대한 실태조사의 결과에 따라 적발되는 조합 또는 업체에 대해서는 해당물품 제외, 단체수계 참여배제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가해진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시행돼온 단체수계 등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시장원리 친화형으로 전환될 전망이어서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체수계, 무엇이 문제인가=단체수의계약이란 현행 ‘중소기업진흥및제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에 의거,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제품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해 각 조합이 해당 조합원사에 물품을 배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일부 조합에서는 배정권한을 행사하는 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측 특정 실세업체를 중심으로만 계약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전기조합의 이병설 이사장의 경우 조합원사에 의해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이같은 제도는 시장논리에 따라 개선이 마땅하다”며 “일부 정부 발주건의 경우 수주 중소업체가 기술력이나 생산능력에 자신이 없어 이를 대기업에 재하청하는 해프닝도 연출된다”고 말했다. 현재 146개 품목이 단체수계에 적용받고 있다. 단체수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120개 품목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간 경쟁제도’에 의거, 공공기관의 구매시 대기업의 참여가 원천 배제된다.
이에 대해 홍기두 산자부 자본재산업국장은 “기술력이 관건인 산전 분야에서 대기업 역할을 인위적으로 제한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기업이 부품·소재산업의 선도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합별 대응=중소업체 비중이 큰 국내 산전업계의 특성상 이들 업체는 단체수계나 중소기업간 경쟁제도 등의 중소기업 보호제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단체수계 배분권을 쥐고 있는 조합측과 회원사간 잡음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정부 조사 역시 예년보다 강도가 높을 전망이다. 따라서 관련 조합과 업체는 세미나 개최나 자체 행동강령 지정 등을 통해 이번 조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지난 28일부터 3일간 정부의 합동 실태조사를 받는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은 특히 배전반·변압기 등의 내년 단체수계 품목 탈락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조합원사는 이번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조합측은 최근 각 조합원사에 공문을 발송해 ‘질의사항이나 민원 발생시 상급기관이나 수요기관에 직접 제기하기 전에 조합과 상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조합 관계자는 “전기조합이 산전 분야의 대표 조합이고 그동안 배전반 물량배정과 관련해 잡음이 계속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난감한 입장을 드러냈다.
내달초 조사를 받는 자동제어조합은 최근 윤리특위를 발족하는 등 잦은 내부 분규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계량계측기기조합도 조합원사가 웹사이트를 통해 단체수계 현황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게 해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정부의 이번 단체수계 실태조사는 오는 7월까지 계속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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