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가 지난달 일제히 지불결제대행(PG)업체의 대금지급 기한을 기습적으로 연장해 구설수에 올랐다. 카드사들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종전 거래 다음날 결제해 주던 대금지급 기한을 5일 이상 연장했다.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마저 기습 인상, PG업계는 물론 쇼핑몰업계의 비난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카드사의 횡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를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 기습 조치=삼성·LG·국민·외환 등 주요 카드사는 지난달 초와 중순에 걸쳐 일제히 PG업체에 공문을 발송해 대금지급 주기를 연장한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삼성카드는 ‘전자상거래상의 신용카드 사고와 연체율 급증으로 연체 증가에 대한 보전 조치와 채권 확보’를 이유로 가맹점 수수료를 현행 2.7%에서 3.15%로 0.45%포인트 인상했다. 또 대금지급 주기도 거래 다음날 결제에서 5일로 변경했다.
삼성카드가 포문을 열면서 LG·외환·국민카드 등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PG 가맹점 수수료와 대금지급 주기를 연장하고 나섰다. LG카드는 대금지급 기일을 결제 당일부터 5일로 연장하고 지난달 15일 매출전표 접수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외환과 국민카드도 다른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5일로 연장하고 지난달 19일 거래 전표부터 시행했다.
LG카드 측은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증함에 따라 경영환경이 악화돼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환과 국민카드도 “부정과 불량 매출이 증가해 가맹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PG와 일반 가맹점을 똑같은 위치에 둘 수 없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PG만을 대상으로 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PG·쇼핑몰 강력 반발=정작 이번 사태로 치명타를 입은 것은 중소 쇼핑몰업체들이다. 대형 사이버몰은 자체에서 결제 시스템을 관리하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지만 PG업체에 전적으로 결제를 위탁하는 중소 쇼핑몰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먼저 수수료 인상 분을 PG업체가 쇼핑몰에 떠넘길 것으로 보여 이를 감수해야 한다. 또 카드사가 PG업체에 대금지급 기한을 변경하면서 쇼핑몰도 PG업체에서 받는 결제대금이 연장될 수밖에 없다. 쇼핑몰 업체는 최종 결제기한이 15일까지 연장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쇼핑몰업체는 “가뜩이나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으로 상품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기존 3∼4일에서 10일 이상으로 결제대금 지급기한이 연기돼 자금 유동성으로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PG업체에 결제를 위탁하는 비중은 전체의 9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없나=가장 큰 문제는 카드사가 수수료와 지급기한을 모든 가맹점에 대해 일괄 조치한 것이 아니라 PG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으로 7월 대란설에 휩싸이는 등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카드업계가 상대적으로 지위가 약한 고객들에 이를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이같은 움직임이 5월 한달 동안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카드사끼리 담합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중소 쇼핑몰은 “카드사의 내부문제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업체에 전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공정위 등에 이를 제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표> PG업체에 대한 카드사 대금지급 기한 변경 현황
카드 = 변경 내용 = 기타
삼성카드 = D+5일 = 수수료 3.15%로 인상
LG카드 = D+5일 = 5월 15일 매출 전표부터
외환카드 = D+5일 = 5월 19일 매출 전표부터
국민카드 = D+5일 = 5월 19일 매출 전표부터
* D는 쇼핑몰과 PG업체 결제일 기준
사진설명:
신용카드사들이 기습적으로 지불결제대행(PG)업체에 대한 대금지급 기한을 연장하고 일부에서는 수수료마저 인상, PG업체는 물론 중소 쇼핑몰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사이버 쇼핑몰업체의 고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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