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계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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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기록보존소가 추진하는 자료관시스템 구축사업이 IT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사업이 장기불황에 시름하는 IT산업계의 숨통을 틔워놓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난 2월로 예정됐던 정부의 표준안 발표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관련업체로서는 이제나 저제나 프로젝트 발주만을 학수고대하고 상황이다. 아래 드러누운 형국이다. 또한 일부 업체들은 표준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영업을 개시, 과열경쟁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까지 우려되고 있다.

 ◇현황=자료관시스템 구축사업은 지난 99년 1월 제정·공포된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 기록물의 전산관리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1월부터 702개 특별시·광역시·시·군·구가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약 300억원, 오는 2005년까지 1000억원대의 수요를 창출할 전망이어서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그룹웨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하드웨어 등 유관 IT기업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라이튼테크-얼라이언스시스템즈-아이티에이 컨소시엄이 지난해 5월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청, 전남 여수시청, 대전시 중구청의 자료관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데 이어 최근 한국컴퓨터통신이 강원도청에 관련 DBMS를 공급하면서 시장이 개화할 조짐이다.

 ◇갈등=정부 표준안이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사전영업을 본격화하면서 공공기관간의 데이터 교류체계에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사전영업을 시작한 업체들은 “정부 표준안이 산업계 의견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변경사항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자사의 솔루션을 표준안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표준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영업을 개시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자료관시스템에 대한 시각적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룹웨어업체들은 행정망 전산화를 위한 신(新)그룹웨어 정책에 자료관시스템을 기능적으로 추가하는 형태로 보는 반면 EDMS업체들은 그룹웨어로는 대용량의 문서를 검색·보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근본적으로 EDMS프로젝트라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자료관시스템 구축사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용 솔루션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외국계 EDMS 및 그룹웨어 업체들이 한국산이 주도하는 자료관시스템 주도권 경쟁에 적지않은 불만을 토로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갈등의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

 ◇과제와 전망=정부 공공기관들은 연평균 50만건 이상의 문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자료관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데이터를 수집·적재·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종적으로 전자정부의 구현을 위해 원활한 데이터 유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따라서 눈앞의 이익(시장선점)보다는 튼튼한 시스템 구조를 확립하는 데 매진할 때라는 게 민·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기록보존소의 한 관계자는 “자료관시스템 구축사업의 목적이 단순히 기록물을 전산화(스캐닝)하고 보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신속한 데이터 검색·열람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며 “업계의 다양한 의견과 시장현실을 반영한 표준안을 주도면밀하게 조율중이며 이르면 6월초에 공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