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방침 번복은 그동안 노정된 교육계 갈등을 추스리기는커녕 갈등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NEIS 시행방침 번복으로 인해 윤 부총리와 교육부는 무원칙한 행보로 교단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는 교육계 안팎의 비난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달 전교조와의 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시·도 교육감과 일선 학교 정보화 담당 교사로부터 제기된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전환 어려움과 NEIS를 병행하지 않고서는 당장 학사업무가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 있는 해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교육계 갈등 재연=전교조는 이번 번복 결정을 시민사회에 대한 전면전 선포로 간주하고 정면돌파를 공언했다. 이에 따라 9만여명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집단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합의로 중단했던 전 조합원 연가투쟁은 물론 NEIS 인증서 폐기, NEIS 관련 업무 거부운동 등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학부모단체와 공동으로 대대적인 NEIS 불복종운동을 펼치는 한편 윤 부총리와 교육정보화 담당 관료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법률적 대응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NEIS 강행을 주장해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학교 현장을 고려한 다행스러운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국교총은 NEIS를 둘러싼 혼란은 근본적으로 교육부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NEIS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전교조의 물리력 행사와 밀실야합으로 정책을 번복하는 등 혼란을 부추긴 윤덕홍 부총리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최종 결정권을 학교 단위에 위임함으로써 이를 둘러싸고 학교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여지가 크다”며 “NEIS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 구성 난항=교육부총리의 잦은 말바꾸기와 정책 번복으로 인해 교육행정보화위원회는 구성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교조는 새롭게 구성되는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위원회를 통해 NEIS 폐지 주장을 본격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교육부와의 합의가 파기돼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더라도 전교조가 위원들을 추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전교조와 의견을 같이하는 진보네트워크센터·참교육학부모회·교육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의 참여도 기대하기 힘들어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외에 교육부는 그동안 NEIS 강행을 주장해온 한국교총을 비롯해 한국교원노동조합·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다른 단체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오락가락 잦은 말바꾸기로 혼선을 빚은 윤 부총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한데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 제3, 제4의 번복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