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삼성화재,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텔레매틱스사업은 최근 심각한 경기침체로 사업계획이 수정되고 서비스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업계주변에선 수익모델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텔레매틱스업계 선두주자인 SK의 ‘엔트랙’ 서비스는 대대적인 마케팅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회원수가 8만여명에 머물러 올들어 회원 증가세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이다.
엔트랙 서비스는 텔레매틱스 선발주자로서 사업과정에서 두드러진 여러 문제점에다 최근 SK사태로 기업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시장에서 더이상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못하는 악재까지 겹쳐 하반기에도 회원가입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SK는 전용 휴대폰 이외에 PDA, 모니터형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여름휴가철에 맞춰 출시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자사 보험고객을 상대로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애니넷’ 텔레매틱스 서비스도 회원수가 아직 1만명에 불과해 시장에서 별 주목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당초 전국 750여 애니카 지사망을 통해 330만 보험고객을 텔레매틱스 신규고객으로 흡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시장반응이 여의치 않자 제주, 안양, 수원 등 중소도시부터 공략하는 보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전환했다.
완성차업체가 하반기부터 추진할 텔레매틱스 사업계획도 예상보다 지연될 조짐이다. 현대자동차는 LG텔레콤과 공동으로 텔레매틱스서비스 ‘아톰(ATOM: Automobile Telematics Office & Multi-media)’을 다음달부터 시작할 방침이었으나 현재 서비스연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대차는 순정옵션으로 장착하는 텔레매틱스 단말기의 신뢰성 테스트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고 경제침체가 장기화되자 실제 상용서비스는 오는 추석 이후에나 시작할 방침이다. 또 내부적으로 텔레매틱스 사업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만만찮아 현대차 주변에선 실제로 연말까지 판매가능한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1만대 남짓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비관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KTF는 이달부터 항법기능이 지원되는 삼성전자 전용휴대폰을 이용한 신규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었으나 오는 8, 9월로 연기했다. 현대모비스의 텔레매틱스 단말기 ‘엑스라이드’도 최근에야 금형작업에 들어가 실질적인 제품양산은 예정보다 2∼3개월 늦춰진 9월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텔레매틱스포럼의 한 관계자는 “텔레매틱스기반의 수익모델 확보가 총체적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 “차량 안에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통신서비스가 무엇인지 재검토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