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대교를 건너 5분여간 달리다 대덕롯데호텔을 끼고 우회전하면 국내 대기업 연구소들이 대거 포진한 대덕연구단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지난 주말 때이른 여름 햇살을 받고 있는 반도체 장비제조 전문회사인 한백(대표 박재연)은 국내 최초의 첨단 벤처집적단지로 불리는 대덕벤처협동화단지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단지는 케이맥과 모벤스, 카이, 뉴그리드, 에이스랩, 한백 등 물성분석기기 전자통신기기 등을 개발하는 첨단 업종의 벤처 6개사가 모여 있다.
박재연 사장은 “이라크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만 아니었다면 올들어 현재까지 수출만 200만달러를 넘었을 겁니다. 당초 예상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운이 따라줘서 지난달말까지 국내외에서 60억여원의 수주 실적을 올렸습니다”라고 근황을 소개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벤처기업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화합물 반도체 공정 장비와 광학용 빔 스플리터 코팅장비, 디스플레이 및 유기 EL 장비, 태양 전지용 패키팅 장비 등을 개발해 왔다.
박 사장은 실리콘 메모리와 초전도체 물질 등을 증착시켜 웨이퍼의 재료로 만들어 주는 연구개발(R&D) 장비인 스퍼터(sputter)의 막바지 제작 작업이 한창인 반도체 클린룸으로 안내했다.
오만섭 장비개발2팀장은 “제품 개발 기간이 비교적 짧아 완성 기간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최근 1∼2주동안은 야간은 물론 휴일도 반납한 채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금속유기화학기상증착(MOCVD: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개발·공정 실험실에서는 이미 제작돼 납품을 기다리고 있는 연구용 장비의 시운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권영규 MOCVD팀 대리는 “이번 달에 이미 같은 제품을 국내 대기업인 L사에 납품했다”며 “현재는 R&D용이지만 앞으로 양산용 MOCVD 제작도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제 2생산 시설이 위치한 신탄진 공장은 200여평 규모의 작업장에서 10명의 기술진들이 비양극성빔스플리터(NPBS:Non Polarized Beam Splitter) 및 AR(Anti-Reflection) 등 정밀 공학 코팅에 사용되는 광코팅 시스템 제작에 땀을 쏟고 있었다.
조생현 장비개발1팀장은 “국산 금속소스를 채택했으며 모션 부위에 대한 기구적 설계가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일본의 싱크론이나 독일 라이볼트 등 외국계 제품의 절반수준인 대당 5억원에 제작돼 산업경쟁력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박재연 사장은 “거대 자본이 투자돼야만 하는 반도체장비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열쇠는 일체감과 비전공유”라며 “고부가가치창출을 통한 수익구조개선과 함께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박재연 한백 사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한 외국 고가형 장비와 저가용 국내 산업장비 시장 틈새를 활용한 니치마켓 공략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박재연 사장은 “주력제품군을 미들&하이테크로 설정한 결과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 같은 성장세라면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올해 8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백은 주력장비 개발군 가운데 연구개발(R&D)용 장비 비중을 기존 65%에서 30∼35%로 낮추는 반면 산업용 코팅장비는 2배 가까운 65%까지 끌어 올렸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타깃 마케팅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유명 대기업인 S사와 벤처기업 H사 등에 산업용 빔스플리터 등을 납품한 데 이어 R&D용 장비도 국공립연구소와 기업 부설연구소에 폭넓게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박 사장은 “전체 직원의 50%가 연구개발인력인 데다 산업현장에서 수년간 노하우를 쌓은 고급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업계 매출 3∼4위권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에서만큼은 국내 최고”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박 사장은 “현재 반도체 전공정장비의 70%를 진공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내실있는 진공산업체로 도약·성장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