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돼야할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사상최고치에 달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트리플 위칭데이(선물, 지수옵션, 주식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날)를 앞둔 증시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컴퓨터에 의해 자동주문되는 프로그램 매매는 이미 수년간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쳐왔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과 현물 사이의 차이 발생에 따라 현물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프로그래밍된 매매기법을 말한다. 선물과 현물 가운데 비싼 것을 팔고 싼 쪽을 사면서 무위험 수익을 얻는 방법으로 지난 98년 이후 국내 증시에도 성행해 왔다.
특히 사상최고치인 1조5000억원 이상의 청산돼야할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쌓여있다는 것은 상승장에서 갑작스런 주식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증시에 부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가 많아지며 최근 주가가 강세지만 돌발 악재가 나오거나 주가가 오를 수록 더 많은 매물 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다음주 트리플 위칭데이가 가까워질수록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매수잔고는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사상최대 규모의 매수차익 잔고 가운데 약 4000억∼5000억원 규모가 청산 가능성이 높은 물량으로 추정했으며 나머지 잔고물량은 다음 만기일로 이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물과 현물간의 차이가 플러스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수차익거래 잔고 가운데 대부분이 만기일 자동연장(roll over)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9년 이후 선물·옵션 만기일의 자동연장 비율은 평균 77.4%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자동연장되는 물량이 많더라도 만기일에 임박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돌발 악재에 민감해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기업수익이나 경제지표 등의 개선은 미흡하다는 평가 속에 프로그램 매수에 의해 오른 국내 증시가 프로그램 매도에 휘둘릴 것인지 주목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