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한 남북교류 허용을"

 북한의 비정치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회안보통일포럼·국회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한국의원외교포럼 공동 주최로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남북한간의 인터넷 개방을 위한 교류협력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인터넷상의 남북교류협력 허용을 골자로 하는 교류협력법 개정법률(안)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의견대립을 보였다.

 ◇경과=지난 3월 각계 전문가와 시민운동가들이 공동 발의해 시사월간 ‘피플’ 인터넷 사이트(http://www.zuri.co.kr)에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북한 주민 접촉 승인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처음 착수한 동시에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인터넷상의 남북교류 허용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특히 여야 의원 113명은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기타의 방법으로 접촉하고자 할 때에는 통일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한 기존 법안에 “다만 정치적 목적이 아닌 교류협력을 위한 인터넷 접촉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 3항(남북한 왕래) 개정법률(안)’을 마련, 지난 5월 초 국회에 제출했다.

 ◇쟁점=현재 인터넷상에서의 북한 주민 접촉 승인제 폐지에 대해 찬·반 양측으로 가르는 주요 쟁점은 △대남 비방·심리전 악용 △인터넷과 기존 접촉수단간의 형평성 △인터넷 교류의 정치적, 비정치적 구분 여부 등이다.

 먼저 인터넷 대북 접촉 허용시 북한의 대남 심리전과 불법적 대북 접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법무부 구본민 특수법령과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대북접촉에 대한 규제를 전면 폐지할 경우 한총련이 북한과 정치적 내용의 e메일을 주고 받는 등 불법적 대북 접촉이 급증할 것이 우려된다”며 “현재의 남북관계를 놓고 볼 때 인터넷 접촉을 승인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조웅규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법안은 정치적 교류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이 인터넷을 이용해 대남 비방전을 펼친다고 일부 발표된 사이트들은 중국·일본 등에서 운영되는 것이며, 북한이 우리 법에 위반되는 사이트를 개설할 경우 차단하면 되고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법적 처벌을 하면 된다”고 맞섰다.

 또한 기존 접촉수단을 막으면서 인터넷 접촉만을 승인제에서 폐지하는 것에 관한 형평성에 대해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정보통신부 정종기 IT해외진출지원팀장도 토론에서 “인터넷 접촉만을 허용하는 것은 기존 접촉단과의 형평성, 정치적 목적여부 판단 등 현실적인 문제가 수반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남북간 우편 통신합의서’ 등 제도를 마련함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대행은 “남북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원하는 시기에 평양 방문이 매우 힘든데다 매번 갈 때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남한에서의 방북 수속이 너무 복잡하며 자료의 교환이 적시에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인터넷을 활용하면 많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이번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상임위에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법률(안)을 심의한 뒤 법사위를 거쳐 6월 회기 말께 본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조웅규 한나라당 의원 측은 통외통상위 소속 여야 의원 대부분을 포함해 여야 의원 113명이 서명했기 때문에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무난히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중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연내 인터넷 대북 접촉이 곧바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해 관계부처인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북핵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이같은 상황을 감안, 법 개정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