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휴대인터넷에 거는 기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안재현 jahn@kgsm.kaist.ac.kr

 

 2002년 12월 정보통신부는 KT와 하나로통신에서 회수한 2.3㎓대역의 주파수를 ‘휴대인터넷’에 배정키로 했다. 휴대인터넷은 휴대형 무선단말기로 이동 중에도 인터넷에 접속, 고속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무선 복합서비스 개념이다. 세계적으로도 호주·캐나다 등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것 외에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다.

 기존 유무선통신사업자·장비제조업자들은 이 휴대인터넷이 갖고 있는 폭발력에 주목하고 있다. 휴대인터넷은 기술 발전과 서비스 전개 상황에 따라 기존 시장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파수 배정, 국가기술표준, 타서비스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상반된다. 특히 공중무선랜서비스·WCDMA서비스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서도 준비 중인 WCDMA서비스는 수요 및 수익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상용서비스를 연기하고 있다. 반면 휴대인터넷서비스는 새로운 통신기술과 광네트워크가 활용돼 WCDMA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 빠른 속도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VoIP기술의 발전은 휴대인터넷을 통한 이동전화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런 잠재적 위력을 지닌 휴대인터넷서비스와 관련해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신속한 정통부의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하고, 특히 두 가지 사항이 중점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WCDMA서비스 개시에 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문제는 멀티미디어서비스에 대해 고속이동성과 모든 지역에 대한 서비스 보장이 필수적이냐는 점이다. 멀티미디어 사용시 필요한 소비자 몰입의 정도를 생각할 때 고속이동 중에는 사용할 성격이 아닐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무선랜 옹호자인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장 네그로 폰테 교수는 지난 5월 비즈니스위크지에서 모바일서비스와관련된 ‘5분 법칙’을 언급했다. 그것은 소비자가 5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지역에서 광대역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소비자의 욕구가 만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싼 가격과 빠른 전송속도가 필요한 것이지 휴대인터넷의 제한된 이동성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비싼 가격에 고속이동성을 추구하는 3G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파격적 정책이 요구된다. 변화된 상황에서 서비스 개시 자체에 무게를 두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자원낭비의 우려가 있다. 3G 서비스 도입 결정은 수익성에 책임을 질 사업자의 몫으로 봐야 타당할 것이다.

 둘째, 휴대인터넷은 멀티미디어서비스를 널리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소비자의 집중된 몰입이 가능한 상태에서 제공되는 저렴한 고속서비스만이 모바일 멀티미디어 문화형성, 소비자 경험 제공, 콘텐츠 개발유인 제공, 단말기 기능 향상 등 일련의 개선과정을 거쳐 유무선이 복합된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서비스시대로의 발전을 유도할 것이다. 비싸고 소비자에게 초기경험을 주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는 결코 대중화 단계로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휴대인터넷을 통해 특정지역에서는 저렴한 고품질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반지역에서는 기존 전국 네트워크와 연동된 단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4G서비스로 가는 기반도 될 것이다.

 당장 커피를 원하면 자판기를 이용하지만 좀더 분위기 있는 고급 커피를 원한다면 시간이 들더라도 멋진 카페를 찾는 우리의 행동양식을 모바일서비스 제공의 아이디어에도 접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정통부의 휴대인터넷 관련 정책은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한 WCDMA사업에 대한 파격적 정책 변화와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시대로의 이행에 가교 역할을 할 휴대인터넷에 대한 정책이 이른 시간 내 결정된다면 어려운 시기의 우리나라 정보통신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