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의 선구자, 아남 창업주 김향수 명예회장 별세

아남그룹의 창업주인 우곡(牛穀) 김향수 명예회장(현 앰코코리아 명예회장)이 2일 저녁 8시 50분에 별세했다. 향년 92세.

 1912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난 김 명예회장은 1945년 아남산업공사(아남반도체 전신)를 설립한 이래, 92년 명예회장으로 일선을 물러날 때까지 평생 기업인으로서 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에 헌신해 왔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68년 반도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반도체사업에 착수, 오늘날 한국이 세계 3대 반도체 국가로 발전하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74년에는 당시 전자산업의 꽃이라 불리던 컬러TV를 한국 최초로 생산해 국내 전자산업의 신기원을 열었다.

 1958년 제4대 민의원에 무소속으로 당선돼 잠시 국회의원을 하기도 했던 김 명예회장은 5·16 혁명으로 의정생활이 중단되자 새로운 사업을 위해 도미, 현지에서 반도체산업 착수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

 당시 김 명예회장은 반도체산업이 미래 우주시대를 대비한 최첨단 지식산업이며 100% 수출가능해 한국경제 부흥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주위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68년 당시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에 반도체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전자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반도체산업을 일으킨 김 명예회장은 아남반도체를 세계 최대의 패키징 업체로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74년에는 일본 마쓰시타와 합작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컬러TV를 생산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 명예회장은 평생을 반도체와 컬러TV 등 전자산업에 투신해 왔으며 창업 때부터 신의와 인간존중을 기업경영의 생명으로 알고 지성일관 이를 실천해온 참 기업가였다는 평가다.

 김 명예회장은 일선 퇴임 후 한일 고대사 연구를 통해 양국의 뿌리를 찾는 연구에 남은 여생을 보냈다. 95년에는 이를 집대성한 ‘일본은 한국이더라’를 출간했다. 95년부터 3년간은 대한민국헌정회 9대와 10대 회장을 역임하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주진 앰코테크놀로지 회장과 김주채 아남인스트루먼트 회장 등 4남 4녀가 있다. 발인은 6월 6일 오전 7시 서울대병원 영안실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사암리 가족묘지다. (02)460-5997, 760-2011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