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코리아`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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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5일 연속 1000억원 이상의 공격적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매수는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고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던 증시의 수급상황을 급속히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 종목군은 그동안 주식시장 상승을 가로막았던 시가총액 상위 전기전자, 금융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3일 주식시장이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순매수를 지속, 1011억원 규모의 매수 우위를 지켰다. 5일 동안 순매수한 금액만 7793억원에 달한다. 그래프 참조

 ◇외국인 순매수=외국인의 국내 증시 폭식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증시의 상승세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 유성엽 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확산속에 이와 연동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핵과 카드채 등 국내 리스크 요인이 대부분 드러났다는 점과 정부의 추경 예산 편성과 콜금리 인하 등 강력한 경기회복 의지 등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유인하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매수세는 미국의 주가상승이 마무리될 경우 약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바이 코리아’라기보다는 미 경기회복 기대감의 반영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IT 및 금융주 집중 매수=지난주 중반 이후 외국인의 주요 순매수 종목들은 거래소 시장의 삼성전자·SK텔레콤·LG전자·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상위의 전기전자·금융주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카드 불안과 IT경기 회복 부진 등으로 시장평균에 비해 약세였던 업종이다. 가격 메리트가 있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된다면 추가 상승세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매수세 강세속에 개인 매매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 국면이다. 외국인은 코스닥에서 플레너스, CJ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와 기업은행이 포함된 금융, LCD부품 중심의 IT부품에서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그동안 주매수 대상이었던 인터넷주들에 대해서는 다수 주춤한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얼마나 더 이어질까=개인들의 차익실현 매도세와 기관들의 이날 매도전환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증시의 방향은 외국인의 순매수가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예상이다. 교보증권 최성호 연구원은 “올초부터 살펴보면 외국인들은 아직까지 9000억원대의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급한 매수세가 몰렸지만 외국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북핵, 카드채, 사스 등 국내 증시 위험요인의 완화와 함께 하반기 IT경기 회복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뚜렷한 방향을 알수는 없지만 당분간 외국인과 연동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