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인증·한국증권전산·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 등 4개 공인인증기관이 3일 금융결제원을 배제한 공인인증서 상호연동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자서명법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공인인증서 상호연동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4개 공인인증기관 대표들은 서울시 서초동 한국전자인증 사무실에서 지난 1월 금결원과 한국전산원 등 전체 공인인증기관들이 함께 체결한 ‘공인인증기관간 전자서명 상호연동 업무협약서(이하 상호연동 협약서)’를 변경하는 데 합의하고 새 협약서를 체결했다.
새 협약서의 내용은 금결원이 발행한 인터넷뱅킹용 인증서 470만장을 공인인증서간 상호연동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금결원이 발행한 470만장의 인증서는 현재 국내에서 발행된 총 700여만장의 67%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새 협약서가 발효되면 기존 금결원을 통해 인터넷뱅킹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온 사용자들은 인터넷 증권거래나 온라인무역업무시 이들 4개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별도의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번 4개사의 협약은 기존 공인인증기관간 체결했던 상호연동 협약서를 뒤집은 것으로 그동안 공인인증 시장을 놓고 계속됐던 인증기관간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4개 기관 대표들은 금결원이 기존 협약을 무시한 채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개인인증서 시장을 독식하고 있어 이를 저지하는 차원에서 협약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금결원이 올초 상호연동용 인증서를 새로 발급하겠다고 협약한 것과 달리 이미 발행해놓은 400여만장의 인증서를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판매가격 역시 타 인증기관들이 적용하고 있는 1만원에 크게 못미친 2000원으로 책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약서에 서명한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라면 금결원은 개인인증서 시장을 독식하게 돼 인증시장 전체가 파괴될 우려가 있으나 금결원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기관간 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다른 공인인증기관과는 별도로 의사결정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결원측은 “지난 1월 체결한 협약서 준수에 최선을 다해왔고 현재 제기되는 비용문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4개 공인인증기관의 협약서 변경은 의도적인 금결원 따돌기”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금결원 측은 당분간 이에 대한 공식반응을 자제하고 향후 상황변화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