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 복사, 팩스 기능을 추가한 복합기로 재미를 보고 있는 프린터 업계가 정작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위조지폐문제에는 소극적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프린터 업계는 경고문구를 집어 넣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복사기 업체들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소극적인 모습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도리코, 롯데캐논 등에 따르면 컬러 복사기에는 화폐 복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내장돼 있어 위폐발생을 예방하고 있다. 신도리코 김성웅 실장은 “컬러 복사기에는 돈에 대한 특정 정보가 내장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복사하는 것이 화폐인지 아닌 지를 구별한다”며 “화폐로 확인이 되면 복사물이 분홍색으로 인쇄돼 위폐를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가 복사기 내부를 조작해 이같은 화폐 확인 기능을 해체시킬 경우를 대비해 복사물에 불법 복제물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정 암호를 삽입시켜 2차적으로 위폐발생을 예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복사기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화폐 복사를 차단하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프린터 업계는 사용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용자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돈을 복사하는 행위가 문제”라며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실제 돈과 똑같지 않을텐데 속을 리 있겠냐”며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잉크를 이용한 복사물은 토너를 사용하는 복사기보다 더 정교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도리코 기술진은 화폐 자체가 잉크로 제작돼 있어 잉크를 사용하는 복합기의 복사물이 더 진짜같고 잉크젯 복합기는 컬러 복사기에 비해 스캔 해상도나 인쇄 해상도 측면에서 더 향상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도 전 세계 보안 인쇄업계 지도자인 데 라 루에의 말을 인용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재 컬러 잉크젯 프린터로 제작된 위조지폐가 날로 증가해 이에 대처해야 하지만 “문제의 본질과 다급함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잉크젯 복합기는 약 31만대로 올해에는 50만∼6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누적 대수 기준으로 약 100만대가 보급될 잉크젯 복합기의 불법적인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프린터 업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