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참 매력적이고 독특한 분야다. 모든 캐릭터를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장면 하나 하나를 촬영해 붙이는 정성이 있어야만 비로소 하나의 영상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작품 곳곳에 ‘손때’가 묻어있어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도공들이 손으로 정성들여 만든 도자기의 예술적인 멋을 공장에서 생산된 도자기에 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러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영상 자체가 특이한 것도 그렇지만 소품 하나 하나를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접했던 아드만의 ‘월레스&그로밋’을 통해 나 또한 그 창의성 넘치는 아이디어에 놀랐었다. 또 ‘치킨런’의 경우도 3D로 애니메이션 테스트를 하고 다시 손으로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제작과정을 거쳤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컴퓨터가 대신하지 못하는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회사에서 제작중인 ‘ODD Family’라는 작품도 풀 3D 애니메이션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클레이 풍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3D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면 컴퓨터와 창작성을 결합해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캐릭터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표현과 장대한 스케일의 화면구성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컴퓨터와 사람이 힘을 합친 21세기형 문화상품이다.
그렇지만 이는 동시에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전해줘 작품의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토이스토리’나 ‘슈렉’처럼 흥행한 극장용 3D 애니메이션들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실사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영상을 만드는 데도 힘을 쏟은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의 주류는 과연 무엇이 될까?
현재로서는 클레이나 2D, 3D 등이 거론되지만 쉽사리 답할 수 없는 문제다. 대중들은 이같은 제작기술보다는 그 속에 담겨있는 캐릭터나 시나리오, 주제, 음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을 때 비로소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몫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창의적인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지애니메이션 김수훈 대표 ceo@sa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