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구원 산하 안전성평가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원의 기능 중복 여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8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화학연과 생명연은 영장류인 원숭이 보육·실험 건물 건립 및 기자재 구입, 운영 등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경쟁적으로 실험동물사업에 나서고 있다.
화학연 산하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개발된 신약 등의 독성 여부를 판단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지난 97년부터 국비 400억원이 투입됐다.
생명연의 국가영장류센터는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국비 77억원 가량이 투입돼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건물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두 기관의 목표는 연구의 폭이나 접근법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기능이나 역할은 대체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학연의 경우 화학이라는 기초 위에 신약개발 등을 위한 영장류의 독성실험이 주타깃이고, 생명연은 생물 기반 위에 영장류를 이용한 전반적인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데 굳이 역할을 나눠 연구를 수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두 기관 모두 지원 부처가 다르긴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구축되는 국가적인 인프라여서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방만한 예산집행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화학연구원 관계자는 “시험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전문화된 연구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생명연 관계자는 “화학연에서 수행하고 있는 독성실험은 연구수행에서 빠져 있다”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