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에 이어 2.3㎓ 휴대인터넷도 한미간 통상현안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정례점검회의‘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와 2.3㎓ 휴대인터넷 기술개발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단일 표준화 시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한국은 기술개발·정책수립 등 휴대인터넷 도입을 위한 채비조차 채 갖추지 못한 가운데 미국측의 통상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외교부·정통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USTR 측 관계자는 “위피에 이어 휴대인터넷도 자국 정보기술(IT)기업들에 시장차별적인 영향과 지적재산권 침해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국산화·표준화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USTR 측은 또 휴대인터넷 도입시기에 대해서도 KT·하나로통신 등 유선사업자들이 주장하는 ‘조기 상용화’ 입장을 들고 나오면서 현재 상용기술을 보유한 자국 기업들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휴대인터넷 기술의 국산화·표준화가 무엇보다 업계 자율적으로 추진되는데다 사용자 편익 제고와 효율적인 시장조성이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 미국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울러 정부 측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외국업체들에도 참여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불공정성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USTR가 위피와 휴대인터넷을 문제삼는 것은 철저히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함”이라며 “이번 회의는 실질적인 통상협상에 앞서 양국의 이견을 확인하는 수준이지만 차세대 통신산업으로 집중 조명받는 2.3㎓ 휴대인터넷 시장에서도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에 부딪힐 공산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공기업에 적용해 온 국제조달협정에서 KT를 제외하는 사안도 여전히 양국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KT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완전히 바뀐 만큼 정부조달협정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나, 미국 측은 KT에 대한 정부의 정책 영향력이 마찬가지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정부 측 관계자는 “KT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지만 미국 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사실상 WTO에서 가장 발언권이 강한 미국이 계속 이런 시각이면 WTO 규약 개정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끌어 온 KT의 WTO 조달협정 탈퇴는 당분간 순조로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