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에 회사 사활이 걸려있다.’
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액토즈소프트 등 기업공개 3인방이 차기작에 사활을 건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한빛소프트의 ‘탄트라’, 액토즈소프트의 ‘A3’ 등은 모두 50억∼1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온라인게임. 이들 업체는 개발비에 맞먹는 최고 100억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면서 ‘여름방학 마케팅 대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3인방이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마케팅 비용을 대대적으로 쏟아붓는 까닭은 이번 여름방학이 게임업체의 운명을 갈라놓을 중요한 시점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 올 여름방학을 전후해 국내 유력 온라인게임이 쏟아지는 데다가 3분기에는 블리자드 최초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국내에 본격 상륙한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유저들이 모여드는 올 여름방학에 확실한 기선을 잡아놓지 못하면 생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게임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상상초월, 마케팅 대접전=이제 우연한 대박은 없다. 제대로 개발된 게임 완성도는 물론 철저한 기획과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은 포화돼 있고 질높은 게임도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마케팅 전에 신호탄을 올린 것은 액토즈소프트의 ‘A3’. 최초 성인 전용 온라인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탄생한 ‘A3’에 현재까지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은 자그마치 30억원이 넘는다. 액토즈소프트는 온라인광고, 게임TV방송뿐만 아니라 A3의 주인공 레디안을 활용한 주얼리, OST 등 각종 상품에 이르기까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마케팅 기법을 게임에 도입했다. 액토즈는 하반기 유료화를 앞두고 20억원 내외의 마케팅 비용을 더 책정해 둔 상태다.
엔씨소프트가 전력투구해 개발중인 ‘리니지2’에도 사상 최대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직간접적인 마케팅 비용을 따지면 100억원대를 넘어선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모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의 가수와 연계한 초대형 문화 마케팅 행사를 기획하는 한편 게임전문방송을 통해 ‘리니지2’를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한정 수량으로 ‘리니지2 PC’를 판매하는 등 인텔, 엔비디아 등 PC업체와 그래픽카드업체와도 광범위한 제휴를 통해 다양한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오픈베타를 실시한 한빛소프트 ‘탄트라’의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다. 톱가수 이현우를 내세운 게임 OST에만 20억원이 들어갔으며 PC방, 게임방송 등을 통한 다각적인 마케팅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본격적인 3D 온라인게임 시대 개막=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액토즈소프트 등이 차기작을 둘러싸고 사활을 건 마케팅전을 펼침에 따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도 3D 중심으로 급속히 옮겨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리니지2’ ‘탄트라’ ‘A3’는 줌인 줌아웃, 회전 등이 가능한 완전한 3D게임이다. 지난해 인기절정이었던 ‘뮤’ ‘라그나로크’는 2D와 3D를 결합한 2.5D 게임이다.
이들 3인방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2D나 2.5D 게임 유저들을 3D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온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3D 게임은 높은 사양과 국내 유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그래픽으로 화려함에도 불구,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브랜드와 마케팅파워를 앞세운 게임이 속속 선보이는 만큼 하반기 이후에는 3D 게임이 대세를 이루는 지각변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은 “‘탄트라’의 높은 사양 때문에 걱정했으나 오픈베타 당일 넉넉한 서버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여든 유저 때문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였다”면서 “일단 유저들이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해지면 2D 온라인게임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