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 제품에 비해 열세를 보이던 토종 보안솔루션의 성능이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공신력을 갖춘 국내외 기관에서 외국 제품에 비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성능평가 국제인증 획득도 줄을 잇고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이를 과거에 비해 토종 보안솔루션의 성능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나타내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서 가격적인 장점을 앞세우던 이미지를 벗고 성능으로 승부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토종 보안솔루션은 K4 인증 등의 안전장치로 인해 외국 제품이 진입하기 어려운 공공시장뿐 아니라 성능에 의한 경쟁이 이뤄지는 일반기업 시장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또 해외인증을 받으면서 수출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달라진 토종 보안솔루션=방화벽이나 침입탐지시스템(IDS) 등 네트워크 보안솔루션은 데이터 처리속도가 관건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검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네트워크 부하를 최소화해 업무효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과거 네트워크 보안솔루션 시장에서 ‘속도’의 대명사는 외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토종 제품도 이를 능가하는 성능을 내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미국 평가인증기관인 톨리그룹이 공동으로 진행한 방화벽 성능평가 자료에 따르면 시큐아이닷컴의 방화벽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인정받는 미국 넷스크린 방화벽에 비해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IDS 역시 국내외 평가에서 외국 제품에 비해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 업체가 IDS를 도입하면서 실시한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IDS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ISS의 제품이 1500여개 정도의 공격 유형을 파악하는데 비해 토종 업체인 인젠의 ‘시큐플랫’은 2000개 이상의 공격 유형을 알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제품의 성능향상도 눈길을 끈다. 하우리는 백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VB100%’ 상을 받았다. 이 상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실제 활동중인 바이러스를 100% 검사하고 치료하는 제품에 한해 수여된다.
안철수연구소는 백신관련 국제인증 중 하나인 ‘체크마크’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도 세계 각국에서 실제 활동중인 바이러스를 100% 검사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부여된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례적으로 첫번째 평가에 통과했다.
◇이제는 성능으로 승부한다=이러한 토종 보안솔루션의 성능향상은 곧바로 시장의 긍정적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방화벽을 도입한 서울대와 NHN의 경우 외국 제품과 성능비교를 거쳐 시큐아이닷컴의 ‘시큐아이월’을 선정했다. IDS도 우리은행, 제일은행, 외환은행, 서울은행 등이 외국 제품을 걷어내고 토종 제품으로 교체했다. 토종 백신의 기업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방화벽 성능평가를 진행한 TTA 관계자는 “토종 제품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듬을 적용해 정책 수나 세션 수의 변화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외국 제품의 성능을 능가하는 경쟁력 있는 국내 개발 제품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안솔루션은 다른 어떤 IT솔루션보다 성능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보안솔루션의 성능은 곧바로 주요 정보의 안전을 의미하며 금전적 손실의 예방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은 역시 성능”이라며 “과거에 비해 국산 보안솔루션의 성능은 분명히 발전했으며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