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경수 한국후지쯔 사장

 “50이 넘어 새로운 도전기회를 얻었는데 한번 잘 해봐야죠. 무엇보다 지난 2년여간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새로운 경영층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그 역할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최근 후지쯔 본사 등재 이사로 발탁, 일본을 제외한 해외 비즈니스 전체를 총괄하는 경영집행역에 임명된 안경수 한국후지쯔 사장(52)에게선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후지쯔가 창사 68년 이래 외국인 임원을, 그것도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인을 임명했고, 그 첫 테이프를 본인이 끊었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부담감을 가질만도 한데 당사자인 안 사장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

 “생산기지를 해외에 적극 설치하거나 단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앞서 있지만 IT는 현지화를 포함한 글로벌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볼 때 기존 비즈니스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보다야 앞서 있지만 일본 IT기업이 봉착해 있는 한계지점도 분명히 있는 것이죠.”

 지난 2년간 본사 글로벌경영부문 아태영업본부 부본부장과 대만후지쯔 회장을 겸직해왔기 때문일까. 본사가 처한 현 시점과 향후 변화 정책에 대한 소견을 펼치는 안 사장의 모습은 본사 임원으로 발탁될 충분한 이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안 사장은 96년 6월부터 7년간 한국후지쯔 사장을 맡아오며 매출 700억원대 기업을 38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실력을 보였다.

 안 사장은 “‘후지쯔 정도’에 달하는 본사 사업규모를 고려할 때 지사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IMF 외환위기에서도 성장을 이끌어낸 안 사장의 경영능력은 본사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평가요인이 됐다.

안 사장은 “독일 지멘스와 협력이라든가 미국 암달사 인수에서도 나타나듯 후지쯔 본사의 해외투자는 스케일이 커 현재 외국계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그러나 동북아를 아우르는 대중국권 내 후지쯔 전략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위상이 중요한 만큼 동북아 허브로서 한국 시장을 적극 활용토록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 사장은 후임 사장이 선정된 이후 8월께 출국할 계획이며 후임 사장을 위해 1주일 정도는 한국에 체류, 경영안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