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지` 공단이 흔들린다](2)돈가뭄에 애타는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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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공단에서 가정용 커넥터를 생산해온 H 업체는 경기불황속에서 천신만고끝에 상당량의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납기일을 제때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동안 커넥터 하우징을 공급해오던 한 사출업체가 그만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도산, 백방으로 신뢰할 만한 하우징 업체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K 사장은 “협력 부품업체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생산을 할 수 없어 당황스럽다”며 “여유분의 기업 담보가 바닥을 드러낸 업체들이 태반이어서 금융권·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난에 따른 연쇄부도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전기·전자업체들이 돈가뭄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금융권이 경기침체로 부실채권을 남기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대출을 매우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이같은 영업형태는 중소업체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남동공단의 한 사출업체 관계자도 “경제의 장기불황으로 유보금액이 이제 바닥을 드러낼 때가 됐다”며 “코앞에 닥친 불황을 견뎌낸다고 한들 향후 적게는 3000만∼4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금형을 만들 자금여력이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안산 반월공단에 입주한 기판도금 약품업체 탄탄. 이 회사는 2년간의 연구끝에 기존 무전해 동도금 약품을 대체하는 환경친화성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도금 약품을 작년말 개발했다. 이 제품은 포르말린 등 오염물질을 대량 배출해 온 단점을 해소한 제품으로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정인 사장은 신제품의 양산일정을 아직까지 잡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의 산업기술개발자금 융자업체로 선정돼 은행에 양산설비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절된 것. 그는 “20억원의 양산자금 대출을 요청했으나 은행측이 30억원의 담보물을 요구, 발걸음을 돌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이 불량채권 양산을 우려, 대출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진 탓에 산자부의 정책자금 등 각종 중소업체의 융자사업은 올들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 산업기술개발자금 융자 지원액이 2000억원이었으나 올해엔 16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산자부 산업기술개발과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550억원의 예산 중 4월말까지 450억원(43건)이 이미 집행된 것에서 볼 수 있듯 기업수요는 많은데 돈이 부족해 중소업체들의 기술개발 요구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환경시설 융자사업도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단 S 도금업체 L 사장은 “도금업종의 경우 최근 들어 환경 관련 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환경 설비투자를 해야 하지만 매출부진과 자금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기술대학교 부설 시흥환경연구소 서만철 소장은 “시화 등 공단 소재 업체들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싶어도 은행권이 지나친 담보물권을 요구해 대출받은 업체들은 사실상 전무,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