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과기 연구회 체제개편]각계 전문가에게서 듣는다

 “출연연 활성화를 통한 국가 R&D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회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과기계 전문가들은 현행 연구회 중심의 출연연 관리체제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전면개혁이냐 점진적인 개선이냐에 대한 변화의 폭과 시기에는 다소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정선양 교수(세종대 기술혁신연구소)=연구회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연구소라는 것이 모아놓는다고 잘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다만 3개가 많다면 기초·산업 등 2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는 있다. 그러나 현 체제가 출범한 지 3∼4년밖에 안됐으니 하드웨어는 점진적으로 수정·보완하고 연구회의 권한을 높여주거나, 미션을 새롭게 정립하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조영화 KIST 원장=2개 정도의 연구회도 좋고 1개도 좋다. 우선 연구회 체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연구회마다 10명의 직원으로는 관리가 안될 것이다. 연구회가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출연연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정리하면 단점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명세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통폐합하는 것은 단순히 연구회의 수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며 통합의 이점이 분명하지 않다. 연구회 체제가 출범한 지 이제 4년밖에 안된 상황에 전부를 손댈 수는 없다. 다만 연구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기능과 권한은 늘려줘야 한다.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되 예산배분권 등 기능과 권한을 살리는 곳에서 운용의 묘를 찾는 것이 좋다.

 ◇국무조정실 연구지원심의관실 김병열 과장=5대 연구회를 만들 때 나름대로 분야별로 특색있게 구성한 것인데, 이를 통합관리하겠다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 성격이 다른 연구기관을 1개 이사회로 관리할 수는 없다. 이사회 구성조차 힘들 것이다. 현 체제를 유지하되, 보완을 통해 특색있게 육성해야 한다. 대학과 산업체 연구소 사이에서 출연연의 입지가 흔들리는 만큼 연구회 중심으로 출연연을 활성화해야 한다.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장=급격한 변화는 조직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연구단지에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지나고 나면 똑같은 상황이다. 1개의 연구회에 19개의 출연연구기관이 소속되면 매년 순위경쟁 때문에 부작용이 클 것이다.

 ◇이세경 표준과학연구원장=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 조정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관 통폐합을 단기간에 특정 시점을 정해놓고 실시하게 되면 조직의 반발도 클 것이고 직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산증감 등을 통해 5∼10년 계획을 세워 부분적으로 점차 제도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산업기술연구회 정황모 평가팀장=통합안은 연구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니 기능을 주자는 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연구회 수를 1개로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리적으로 수를 줄이는 것보다 기능을 살려주는 것이 좋다. 연구원들의 80∼90%는 체제에는 관심이 없다. 연구비만 구걸하지 않게 해주고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그들의 속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