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상가 총판들 "살길을 찾아라"

 전자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용산 등 집단상가 대형 대리점이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존 차원의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용산 상가에서 ‘총판’으로 불리는 이들 대형 도매대리점은 소매업체의 잇따른 부도로 부실채권이 늘어나는가 하면 쌓여가는 재고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수입 유통업체로 전환하거나 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황과 배경=대형 도매대리점의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소매점의 잇따른 부도 때문이다. 용산상가에서 한달에도 2, 3개의 소매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제품을 공급한 도매대리점의 부실채권이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또 상가 경기에 찬바람이 불면서 재고 물량도 갈수록 늘어나 도매 대리점의 자금 여력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만성적 공급과잉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간 유통업체가 거두는 마진도 갈수록 줄어 대부분의 대리점은 물량 매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구책 마련 분주=이에 대부분의 도매대리점은 주력 사업인 도매유통이 현상유지나 축소로 돌아서면서 새로운 수익확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움직임은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소싱해 국내에 공급하는 수입 유통사로 변모하는 시도다.

 태화컴퓨터·리반엠지씨·디지탈리더스·디지탈그린텍 등은 지난해 이후 앱솔루트코리아·렉스테크놀러지·엘사코리아 등을 설립하고 수입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엘비스와 이지가이드는 인터넷 쇼핑몰을 설립하고 소매 유통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모니터·스피커·그래픽카드 등 특정품목 만을 다루던 대형 도매점도 연관사업 분야로 품목을 늘려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지역 관리를 위해 운영하던 직영 유통점 수도 줄여 핵심 역량을 한 곳에 결집하고 있다.

 ◇향후 전망=대형 도매상들의 기능이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되면서 집단상가의 유통구조도 변하고 있다. 대형 대리점이 위축되면서 수입 유통사도 직판체제 도입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씨현시스템은 부산·대구 지역에 대형 물류센터와 직영 영업소를 설치하는 동시에 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 ‘재드클럽’을 오픈하고 소매업체와 직거래에 나선 상황이다. 제이씨현 이정현 이사는 “도매 대리점이 위축되면서 수입원의 판로가 일시에 경색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집단 상가와 지방 유통을 전담해 온 대형 도매대리점의 기능이 줄어들고 대신에 직판체계가 보다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