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계속되나.’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CPU)를 개발해 인류 디지털(digital) 역사를 일궈온 인텔이 이달로 총누계 10억개의 프로세서를 출하했다. 1978년 인텔아키텍처(x86) 계열의 첫 번째 프로세서 ‘8086’이 출하된 지 25년 만이다.
지난 25년간 x86 계열의 프로세서는 단지 인텔뿐만 아니라 AMD·사이릭스·비아 등 이 기술을 도입한 경쟁업체들의 출현을 낳아 시장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1982년 인텔과 IBM이 함께 개발한 최초의 오픈 플랫폼 PC ‘286’을 시작으로 x86 계열의 CPU는 데스크톱PC뿐만 아니라 노트북PC·태블릿PC 등으로 다변화됐고 서버·네트워크 등으로 사용처는 급확산됐다.
이같은 확장이 가능했던 근간은 바로 CPU의 기초단위인 트랜지스터가 ‘무어의 법칙’처럼 18∼24개월간 2배로 집적돼 고속화됐기 때문이다. 인텔의 창시자 고든 무어가 60년대 중반 이 같은 원리를 발표한 인텔 내부에서조차 지속적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이들도 있었으나 지난 30여년간 인텔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업체들도 어김없이 이를 지켜왔다.
71년 인텔이 소형 전자계산기용으로 개발했던 최초의 CPU ‘4004’는 2250여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고 1초에 10만8000사이클(108㎑)로 동작했다. 반면 현재 시판중인 ‘펜티엄4’는 1초에 30억사이클 작동하고 트랜지스터도 5500만개가 집적돼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인텔이 첫 CPU를 내놓고 ‘펜티엄Ⅲ’로 1㎓의 장벽을 넘기까지는 28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반면 2000년 8월에 발표됐던 ‘펜티엄4’가 2㎓의 장벽을 허무는 데는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고 지금은 3㎓대 제품도 출시됐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10㎓급 CPU도 2010년 이전에는 보편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머큐리리서치는 “인텔이 그동안 10억개의 CPU를 출하하기까지는 25년이 걸렸지만 앞으로 10억개는 4년도 채 안되는 2007년에 20억개째의 출하식을 가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인텔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인텔은 펜티엄4 CPU 이후 퍼스널컴퓨터의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컨버전스’ ‘유비쿼터스’ 등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팅이 결합되는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인텔 아키텍처라는 절대적인 입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인텔은 CPU 10억개 출하라는 명예를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PC시장에서 닦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팅이 결합되는 이동통신·홈네트워킹 등 ‘컨버전스’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멀티 인스트럭션 구조를 도입한 하이퍼스레딩 기술과 무선랜, CPU 기술을 통합하는 센트리노 및 이동통신시장을 겨냥한 매니토바 등을 내놓고 ‘인텔 인사이드’와 ‘익스텐디드 PC’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영역확장에 나섰다.
인텔의 펫 겔싱어 CTO는 지난 봄 열린 춘계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인텔의 미래는 이제 ‘유비쿼터스’와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있다”면서 “무어의 법칙을 바탕으로 ‘칩=시스템’이 되는 새 IT역사를 쓰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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