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경기도 기흥·화성 반도체 공장에 오는 2010년까지 73조원을 투자, 연매출 750억달러 규모의 종합반도체단지 개발 및 육성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1일에는 충남 아산시 탕정읍 소재 61만평 부지에 같은 기간 20조원을 투자, LCD 복합단지 조성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투자계획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을 우선 육성하고 수도권을 억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적극 호응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방육성을 위해 지나친 수도권 억제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점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잇따른 투자발표 배경=삼성전자는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전국 4대 권역으로 8개 사업장을 특화시켜 육성, 발전시키기로 하는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앞두고 삼성전자는 기흥과 화성의 반도체 추가투자 허용을 요구하고 있고 재계 또한 외국인투자와의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삼성의 반도체 추가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LCD투자 발표는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데 부담을 느낀 듯하다.
충청권 지역발전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정부정책과 호흡을 맞추려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투자는 가능하고 수도권의 증설은 안된다는 이분법적 정부논리를 뒤집는 표현으로도 분석될 수 있다. 삼성의 투자계획은 지방과 수도권의 동시 육성발전전략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의 경우 전력·용수·폐수처리 등 기반 인프라 구축에만 수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단지를 개발해야 할 경우 경쟁력 후퇴를 피하기 어려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닦여진 기흥과 화성의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화성에 17만평의 부지를 추가로 조성, 오는 2010년께 연매출 75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제한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막혀 계획실현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집적활성화법 개정에 영향 미칠까=충청권 대규모 투자 발표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자원부 지역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은 이미 지난해 12월 수정예고된 후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당장의 재수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 공장건축 규제와 관련해 자동차와 같은 일반업종은 공장건축면적을 25%로 제한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7개 첨단업종에 대해서는 권역안에서 공장건축면적을 50%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는 허용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1년에 한두차례 법적용의 효율성을 고려해 관련법이 수정돼왔기 때문에 내달 수정된 법시행 이후에도 얼마든지 정부와 업계간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