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제 수입차를 구입한 A씨는 운전 중 센터페시아(중앙 오디오 박스)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국산차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을 주고 산 자동차지만 정작 각종 첨단 편의장치는 사용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텔레매틱스·무선전화시스템 등 각종 첨단 편의장치가 사용 버튼은 있지만 실제로는 작동되지 않는다. 구매 당시 조만간 상용화돼 쓸 수 있을 거라던 영업사원이 더 밉살스러울 뿐이다.
몸값 높은 수입차들이 정작 각종 편의장치의 국내 적용도가 미진해 구입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는 최근 자동차가 첨단화·지능화하면서 운전자들이 보다 인텔리전시한 기능을 요구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각 수입차업체가 저마다 자사 차종의 첨단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지도 않는 기능을 벌써부터 선전해서 뭐하냐는 불만의 소리마저 높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벤츠 각 모델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적용되는 사양은 몇 안된다. 디스트로닉(Distronic:레이더 장착 속도조절장치)·키리스고(Keyless Go:카드 기반 자동잠금 및 시동장치)·텔레에이드시스템(Teleaid System:텔레매틱스)·커맨드시스템(Comand System:내비게이션 포함)·링궈트로닉(Linguatronic:음성컨트롤시스템) 등이 달려 있지만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사실 껍데기만 장착돼 있는 사양이 적지 않다”며 “커맨드시스템은 내비게이터가 국내 지리 상황에 맞지 않고 무선전화시스템 역시 전파방식이 달라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벤츠 구매자들은 “작동되지도 않는 첨단장치들을 버젓이 제품 설명서에 올려놓은 것은 명백한 과장광고”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벤츠 측은 “최근 국내 실정에 맞는 내비게이터 장착을 위해 국내업체와의 공동개발을 검토 중이며 다른 첨단장치들도 본사와 다른 통신 프로토콜 등을 국내와 맞추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차량 휴대폰이 독일과 한국의 주파수 문제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일찍이 판매모델 사양 결정시 제외했다. 내비게이션은 국내 환경에 맞는 내비게이터와 지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며 이를 위한 별도의 작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한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우디의 경우 연간 1000대 미만의 판매대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대응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부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BMW는 판매차량이 증가하면서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경우. BMW는 지난해 현대오토넷과 공동으로 국내에서도 사용 가능한 한글 내비게이션을 개발, 지난달부터 최고급 모델인 7시리즈에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BMW 역시 텔레매틱스는 아직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토요타는 작년 9월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업계 최초로 RX300에 장착하고 올해는 이를 최고급 LS430에 장착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비게이션 등 전자기술을 요하는 장치들은 그 나라에 맞는 통신환경·소프트웨어 등이 필수인데 수입차의 경우 아직 국내 실정에 맞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 임기상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의 최근 수입차 구매 패턴이 외관·성능과 더불어 최첨단 안전장치 및 편의장치를 꼼꼼히 따지는 추세”라며 “수입차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