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엔터테인먼트업계 공조 `잰걸음`

 노무현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일본 대중문화의 추가개방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한·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상호 공조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한·일 양국 기업간 협력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본기업들은 한국시장의 추가개방에 대비해 관련업체간 컨소시엄을 구성, 한국시장에 대한 정밀조사 작업에 착수했으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도 ‘러브콜’을 보내며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본은 ‘한류열풍’의 주역인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등에 업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한·일기업간 공조는 우리나라의 역량을 확대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문화개방에 앞서 충분한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황=엔터테인먼트 전문회사인 S사는 최근 일본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막바지 의견을 조율중이다. 두 회사는 한국과 중국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영화·음악 콘텐츠를 개발, 공동진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S사 관계자는 “이 회사 외에도 같이 일해 보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며 “궁극적으로는 한류를 일으킬 수 있었던 비법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연 전문회사인 E사도 일본 굴지의 기업인 덴쓰뮤직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고 ‘아크’ 브랜드의 라이브하우스(공연장)를 건립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E사는 라이브하우스에서 한·일 가수 라이브공연을 개최하는 한편 여기서 나온 음악 콘텐츠를 중국에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이외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는 대로 일본 에이백스(AIVX)의 일본어 앨범을 국내에 유통시킬 계획이며 소니뮤직 역시 유사한 계획을 갖고 있다.

 ◇의미=한·일 엔터테인먼트 업체간 공조는 기본적으로 한국과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일본 콘텐츠를 한국에 유입시키는 것이 1차라면, 2차는 한국과 일본 문화를 결합해 중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J-POP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지만 매번 실패한 데 비해 한국은 한류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일본에서는 한국이 갖고 있는 브랜드와 콘텐츠를 이용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응방안=이같은 분위기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기회이자 위기가 될 전망이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취하는 기본노선은 한국회사와 합작을 통한 진출이 많아 한국 입장에서도 일본의 앞선 기술력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정부가 당초 단계적인 문화개방 조치를 취했던 이유가 그렇듯, 일본 문화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됨으로써 우리 것, 우리 산업이 말살될 우려도 높다.

 게다가 중국진출에서도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영원한 보조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일본에 비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획력에서도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