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로 전국 방방곡곡이 떠들썩하던 지난해 6월, 한밭골에서는 월드컵 못지않은 뜨거운 IT열전이 벌어졌다. 대전광역시 우송정보대학내 대전 동구 지역정보센터에서 마련한 ‘제1회 주민 정보화 대회’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주부와 노인 등 남녀노소 총 229명이 참가, 인터넷 검색과 문서작성 부문에서 예선과 본선을 통해 갈고 닦은 IT실력을 뽐내느라 장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대전 동구 지역정보센터는 대전 동구청과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우송정보대학 등 3개 기관이 뜻을 모아 지난 99년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동안 141개 과정을 총 400여회에 걸쳐 개설, 센터 수료생은 총 1만325명에 이른다.
교육을 마친 후 대전 동구청이 제공하는 무료 e메일 서비스에 가입한 주민도 1186명이나 된다.
센터의 이런 성과 이면에는 3개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큰몫을 했지만 임영호 대전동구청장의 숨은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임 구청장은 수시로 센터를 찾아 교육생과 대화를 나누며 애로사항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 수료생 전원에게 격려 e메일을 손수 보낸다. 구청장이 손수 나서서 정보화의 기치를 들고 정보인력을 양성하는 데 앞장서다보니 대전 동구의 보이지 않는 정보화지수는 대단히 높다. 특히 지역주민의 정보화능력 향상을 목표로 내건 센터의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센터는 컴퓨터와 인터넷, 한글97, 홈페이지 만들기, 인터넷 활용 등 기초에서 중급까지 9개 정규과정과 맞춤형 정보화 과정을 연중 개설한다.
맞춤형 교육은 대부분 주문교육이다. 노인, 농업경영인, 새마을지도자, 아동 및 보육시설 종사자 등 분야별로 대상을 나눠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고 있다.
최근에는 고급과정에 대한 지역주민의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바이러스 치료 및 검색 △음란 성인사이트 차단 △인터넷뱅킹 등을 새롭게 마련했다.
교육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부들에게 지역정보센터는 새로운 꿈과 희망의 산실이다.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컴퓨터를 빼앗긴 채 구박만 받기 일쑤였지만 교육을 마친 후에는 가정내 정보화 해결사로 각광받고 있다.
과정당 27명씩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모집하는 센터는 접수기간에 몸살을 앓기 일쑤다.
대전 동구청 홈페이지와 전화,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수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신청자가 홈페이지 접수보다 전화와 방문 접수를 선호한다.
수강생 모집공고 후 하루나 이틀 만에 접수는 완료된다.
센터를 맡고 있는 대전 동구청 기획감사실 김민정씨는 “접수기간에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며 “역설적으로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접수를 꺼릴 정도로 정보화와는 거리를가 먼 주민들은 센터를 찾은 후에 크게 달라진다. 자식들이 마련한 효도관광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사전답사를 끝냈다는 한 할머니는 “인터넷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인터넷이 생활과 이토록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센터를 찾았던 40대 아들이 교육 수료 후 아버지의 치매증상이 크게 호전됐다는 반가운 소식에 센터 주변에서는 정보화 교육이 치매 치료에 만점이라는 다소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이런 탓에 수업중에 MP3파일로 다운로드한 노래를 수강생들이 목청껏 소리높여 함께 부를 정도로 수업 분위기는 속된 말로 ‘짱’이다.
거주지 제한은 원래 없었지만 최근에는 옥천을 비롯한 대전 주변 지역에서도 신청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해진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수강생들의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김씨는 “최근에는 실버 인터넷 휴게소와 정보센터 동아리 등 교육생의 자발적 소모임도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센터는 인터넷 자유이용실 외에 12평 규모의 별도 휴게실을 새로 꾸미고 있다.
정보화 교육을 모태로 지역주민 교류는 물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한때 지역정보센터가 폐쇄된다는 헛소문이 퍼진 적이 있었는데 교육생들이 대전 동구청을 상대로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센터는 지역주민의 정보화 열기를 북돋우고 새로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각종 경시대회 참여를 지원하고 워드프로세스와 국민정보이용능력평가(NIT) 등 자격증 과정을 더욱 확충할 예정이다.
김씨는 “보다 폭넓은 계층에게 보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며 “특히 강사지원 부분이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센터를 꾸리기에도 빠듯한 형편에 외부강사를 초청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급변하는 정보시대에 발맞춰 인터넷을 통한 지역주민의 정보습득 및 사회참여 확대로 생동감을 얻도록 해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지역정보센터의 문은 365일 항상 열려 있다.
<대전=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대전 동구 지역정보센터 김민정씨(33)는 동구청 기획감사실 소속의 7급 공무원이다. 김씨가 없는 지역정보센터는 생각할 수 없다.
지난 2001년부터 대전동구 지역정보센터에 파견된 김씨는 강의는 물론 교육생 상담, 센터 운영 등을 혼자 해내는 맹렬여성이다.
대전대 전산학과 3학년 때 시험삼아(?) 응시한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씨는 정보화 교육에 대해서는 동구청에서는 알아주는 정보화 전도사다.
대학 재학중에는 컴퓨터학원 강사로 정보화교육과 인연을 맺은 이후 공직에 입문한 후에는 공무원과 주민 대상의 정보화교육을 도맡아 왔다.
주부와 노인이 가장 서럽게 생각하는 것이 무시당하는 것이라는 김씨는 “교육생들에게 쉽고 재미있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과정을 엄선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화투로 세월을 보내는 것과 비교하면 정보화교육이 얼마나 건전합니까”라고 반문하는 김씨도 온라인 고스톱으로 하루를 꼬박 보내는 노인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단다.
김씨는 최근 플래시애니메이션과 포토숍 강좌에 대한 수요가 높아 틈틈이 책을 보며 강좌를 준비한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 김씨는 “센터를 찾은 지역주민들이 정보화교육은 물론 휴식을 즐기고 더 나아가 자아발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정보센터 근무 이후 지역내 유지가 됐다는 김씨는 하루종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다보니 각종 민원도 해결하는 해결사라는 별명도 새롭게 얻었다.
공무원 순환근무제에 따라 남편이 근무하는 대전시청으로 자리를 옮길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동구청장의 강한 만류와 지역주민의 뜨거운 사랑에 김씨는 당분간 센터를 지키기로 결정했다.